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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5. 2019

[다낭소리] 한국의 매운 맛?

 한국의 매운 맛?

 보내야 될 서류가 있어 우체국을 찾아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원한 비빔면 생각이 났다. 집에 돌아와서 끓여 먹으려고 보니 '아주 매운 맛'만 있어 아쉽지만 그거라도 뜯었다. 얼른 먹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소스를 짜 넣고서야 아차 싶었다. '반만 넣을걸.' 


 하는 수 없이 쓱쓱 비비는데 면이 검붉게 변해 간다. 한 입 먹어보니 너무 매워 얼른 양배추를 썰어 넣었다. 먹다먹다 못 참겠어서 우유 한 팩을 마시고 나니 더는 이 벌그죽죽한 것을 먹을 엄두가 안 났다. 아쉬운 마음에 물 한 컵을 들이 붓고 살살 씻어서 면만 건져 먹었다. 너무 매워서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이 곳 사람들은 으레 한국인이라면 매운 것을 좋아하고 또 잘 먹는 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음식이 빨간 색이고, 한국 사람들은 쌀국수 먹을 때도 고추를 달라고 하니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얼큰한 국물은 좋아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매운 음식은 잘 못 먹는다. 한국에서 친구들 따라 매운 음식 먹으러 다닐 때는 그럭저럭 먹었던 것 같은데 여기 와서 혼자 요리해 먹다 보니 다시 매운 걸 못 먹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먹었던 한국음식은 그리 맵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의 음식은 담백한 맛에 더 가까웠는데 언제부턴가는 닭갈비도 맵고 라면도 맵고 떡볶이도 맵고. 도무지 맵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학생들도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당장에 빨간색만 기억한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는 부러 다양하게 준비한다. 


 매운 음식은 나보다도 우리 학생들이 더 잘 먹는다. 동아리 시간에 각자의 ‘소울 푸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화날 때는 다들 매운 라면을 먹는단다. 무슨 라면을 먹느냐고 물으니 한국 라면, 것도 맵기로 소문난 ‘불닭 볶음면’이란다. 나는 못 먹는 음식이다. 매워 매워하면서도 매운 라면과 떡볶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모습이 딱 청춘처럼 보여 귀엽다. 그러면서 또 쌀국수에 고추 넣어 먹는 나는 신기하게만 바라보니, 서로 매운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건지 매운 맛의 기준이 다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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