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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7. 2019

[다낭소리] 개강을 앞두고

 개강을 앞두고

 아침부터 아팠다. 학교에 가기 싫어서 온 몸이 반항하는 중이라고 여겨질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일어나야 할 시간을 훨씬 지났지만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원래 오늘은 학교에 가서 수업 준비를 하고 활동 물품 지원을 위한 기관장 확인서도 받아 오려고 했는데 만사가 귀찮았다.

 

 개강이 두렵다. 지난 학기처럼 씩씩하게 활동할 기운이 나지 않는다. 다시 그 시간을 반복해야 한다니, 내가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좋은 교사란 인내심을 갖고 학생을 대해야 하며 엄마 같은 사랑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배 아파 아기도 안 낳아 본 스물여덟이었다. 그러니까 자주 삐쳤고 화가 났다는 거다. ‘나는 어리니까 어쩔 수 없어!'라는 자기 합리화가 창피해져 마음을 고쳐먹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나처럼 쉽게 감동하는 사람은 으레 그만큼 쉽게 실망하고 분을 내기 마련이다. 


 봉사활동은 자기만족인 것을. 만족감이 없으면 사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같아선 다 싫다. 말없이 안 나오는 학생들, 고향엔 무슨 일이 그리도 많이 생기는지 엇비슷한 변명 뒤에 ‘내일 수업에 안 가면 됩니까?’로 끝나는 말도 안 되는 이메일, 문제가 생겼을 때만 나를 찾는 사람들, 필요할 땐 살갑고 아니면 남 같은 그들. 모든 게 지겨웠다. 마음에 사랑이 똑 떨어졌는데 무엇을 어찌해야 하나 싶다,


 가만 보면 열정이 지나쳐 너무 많이 주려 했던 게 화근이었다. ‘열정 가득한 초보 교사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사제 관계를 연인 관계로 대한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애인에게 하듯 학생에게도 기브 앤 테이크를 바라는 교사들.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주는 만큼 받고 싶다는 마음이 유치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경력을 쌓거나 돈을 버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람이라도 느끼고 싶다. 그것이 나를 움직이는 동기가 되고 내가 애쓰거나 힘써야 할 이유가 될 테니까. 그래서 공을 들여 수업을 준비한 날에 학생들 반응이 안 좋으면 마음이 상한다. 힘을 좀 빼고, 수업 준비를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은 날에는 마음이 덜 상한다.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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