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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7. 2019

[다낭소리] 뜻밖의 친절

 뜻밖의 친절  

 다낭에 한국 영화가 개봉했다. 가끔 CJ 배급사 영화가 베트남에서 상영되는데 그 덕에 몇 번 한국 영화를 봤다. 학교 선생님 한 분이 같이 가자고 해서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밤늦게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여느 때처럼 세찬 비가 내렸다. 집까지 오토바이로 잠깐이라 우비를 사지 않고 바로 출발했다. 운전하는 선생님 등에 코를 박고 가는데 누가 옆으로 붙으며 자꾸 경적을 울려댔다. 희롱인가 싶어 쳐다보지 않고 있었는데 기어이 불러대는 통에 속도를 줄였다. 잠시 후 선생님이 뒤로 넘겨준 것을 보니 우비였다. 순간 너무 놀라 뒤늦게 고개를 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곧이어 죄송함이 몰려 왔다. 


 가끔 거리를 걷다 보면 ‘헤이! 유!’하며 나를 부르거나 입으로 별 소리를 내며 시선을 끌려는 남자들이 있다. 특히 오늘처럼 오토바이를 옆으로 바짝 붙이면서 큰 소리를 내 나를 놀래키거나 이상한 말을 하고 확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길을 걸을 때 누가 말을 걸면 신경질부터 난다. 그간의 경험이 쌓여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 해도 못내 죄송했다. 마음의 벽을 세우는 것만큼 못난 짓이 없는데…. 아직도 내가 많이 어리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내일 또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가면 가는 길에 별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부드러운 마음을 갖기를, 그런 눈빛으로 이웃인 타인들을 바라보게 되기를 바란다. 오늘은 선생님 말대로 오늘은 잊지 못한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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