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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22. 2019

[다낭소리] 바퀴벌레 날다

 바퀴벌레 날다 

 지난여름은 뜨겁게 바퀴벌레와의 전쟁을 치렀다. 나름 현대식 건물인 우리 집에도 바퀴벌레가 나오는데 지방 단원들은 오죽 힘들까 싶다. 


 한 단원에게 집에 바퀴벌레가 자주 출몰한다는 얘기를 하자 분명 화장실이나 싱크대 구멍에서 나오는 것일 테니 구멍을 막으라며 방충망을 주었다. 베트남에선 집을 지을 때 마감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구멍 뚫린 곳이 많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싱크대 밑 수도관 쪽에 하나, 세탁기 물 빠지는 곳에 하나, 환풍구에 하나…. 마음만 먹으면 바퀴벌레가 아니라 그보다 더 한 것도 들어올 수 있는 크기의 구멍이었다. 쥐가 안 들어온 게 다행이지, 무신경이 약이라고 여태 이걸 모르고 살았으니 맘 편히 지냈던 거다. 


 바퀴벌레는 이런 구멍뿐만 아니라 창문을 통해서도 날아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6층. 바퀴벌레 하나 막겠다고 창문에 모기장을 붙이고 싶지는 않아 그냥 내버려뒀다. 8월쯤 되니 바퀴벌레 대신 개미가 왕성히 활동하기 시작하여 이제 바퀴벌레 철이 지났나 보다 하고 안심했다. 


 언제나 뒤통수는 방심할 때 맞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영화나 보려고 방 안의 불을 다 끄고 있었다. 한참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푸드덕’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곳을 찾아 고개를 돌렸을 땐… 빙빙 바퀴벌레가 날고 있었다. 어둑한 방에서 마주한 바퀴벌레는 매미 같기도 했다. 바퀴벌레가 잘 난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고 눈으로 확인도 해봤지만 푸드덕이라니…! 이렇게까지 잘 나는 줄은 몰랐다. 아니 스앵님, 여기 6층인디요…?


 우리 집에 뭐 볼 게 있다고 예까지 납시었을까. 낮에 환기시킨다고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 그때 침입했나 보다. 우람한 그의 날갯짓이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저건 꼭 잡아야 해!’하는 생각이 들어 전기 파리채를 들었다. 혹시나 침대 위로 떨어질까 조마조마. 초대 받지 못한 침입자는 그 단단한 껍질 덕에 쉽게 죽지도 않고 한참을 반항하다 꼬순내를 남기고 떠났다. 모기나 작은 벌레를 잡을 때는 쉬이 나지 않는 탄내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에게 얘기했더니 다들 놀랐다. 여기서도 흔치 않은 경험인가 보다. “6층까지 어떻게 왔을까요? 바퀴벌레가 그렇게 잘 날아요?”하고 묻자 한 선생님이 답해 주셨다. 


  “에이, 그렇게 까진 못 날아요. 딱 보니까 엘리베이터 타고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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