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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22. 2019

[다낭소리] 오토바이가 없다면

 오토바이가 없다면

 언젠가 학생과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없애는 것이 가능한가?’를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 둘의 공통된 의견은 단기간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체증과 매연 문제로 인해 현재 베트남의 주요 도시(하노이, 호치민)에 지하철 공사를 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오토바이를 줄이고 자가용 보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의도는 좋지만 서민들 입장에서는 먼 미래의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오토바이가 베트남에서 얼마나 중요한 교통수단인지를 알아야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걸어서 5분이면 갈 곳도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다. 더운 날씨 때문이기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편하게 가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은 목적지에 정확히 내려주는 법이 없다. 정류장에서 다시 택시를 잡거나 걸어가야 하는데 시간과 돈이 배로 드는 그 불편을 무엇 하러 감수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아직 주요 관광지나 계획도시를 제외하고는 좁은 길이 많아서 버스가 통과할 수도 없다. 오토바이를 없애려면 길을 새로 깔거나 넓혀야 하는데 현재 도로 사정으로는 어림없는 소리다. 아주 부자가 아닌 이상 베트남 사람들은 예로부터 부모님께 물려받은 집에 사는데 이런 집은 모두 골목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가는 골목부터 아예 오토바이 외에는 입장이 불가능한 좁은 곳도 있다. 자동차 들이자고 막무가내로 길을 넓힐 수 없는 실정이다. 차가 있는 사람들도 길목에 세워 놓고 걸어 들어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과 나는 입을 모아 ‘미래에, 아주 먼 미래에’ 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밖에도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포기하지 않을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먼저 오토바이 한 대만 있으면 온 가족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차보다 기름 값도 덜 드는데 반해 가성비가 너무나도 좋다. 사람들은 3,4시간 되는 먼 길을 오토바이로 가기도 한다. 시골에서 올라오는 학부모님들은 오토바이 가득 짐을 실고도 오랜 시간 달려오신다. 용감한 학생들은 오토바이에 배낭 하나 둘러매고 몇 박 며칠 여행하고 오기도 한다. 오토바이 위에서 숙식을 해결하니 경비가 적게 들어 좋다고 한다.  


 오토바이는 중요한 생계수단이 되기도 한다. 택시처럼 뒤에 손님을 태우기도 하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베트남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는 배달 시스템이 아주 잘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식당이나 카페 주문은 물론이고 길거리 음식까지 갖다 준다. 돈을 조금 추가하면 웬만한 짐도 들어다 주니 이용하는 입장에서도 편할 따름이다. 집집마다 오토바이 가득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곡예사 같기도 하고 숙달된 전문 기사 같기도 하다. 오토바이 한 대에 네 가족이, 긴 철근부터 큼지막한 얼음 자루를 싣고 겁도 없이 쌩쌩 달린다. 가히 배달의 민족이라 할 만하다. 


오토바이에 실은 스피커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은 오토바이 한 대씩 소유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것부터 달달거리며 달리다 중간에 똑 멈춰 버릴 것 같은 낡은 오토바이까지. 우리 학교만 해도 국립학교라는 특성 상 시골에서 올라 온 학생들이 많기에 오토바이는 필수품처럼 여겨진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 시장에 갈 때 혹은 고향에 내려갈 때도 유용하다. 공부하다가도 오토바이를 끌고 가까운 바다에 가서 머리를 식힐 수도 있다. 


길가에 주차된 낡은 오토바이
학교에 주차된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은 자유로워 보인다. 만나자는 약속도 스스럼없이 한다. 약속을 잡으면 우리 집에 태우러 오고 데려다 주기까지 한다. 기름 값이 싼 편이라 큰 돈 들이지 않고 드라이브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친구들끼리도 거창한 약속을 잡을 필요 없이 바닷가에 나가 간식거리를 사 먹거나 해안도로를 타고 쭉 달린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는 집보다 시원한 밖에 나가 더위를 식히다 오기도 한다.  


그러니 학생들은 늘 내게 물어본다. ‘선생님 오토바이를 탈 수 있어요?’ ‘타본 적이 있어요?’ 스물일곱이 넘도록 아직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 깜짝 놀란다. 그럼 또 ‘한 번 타보고 싶어요?’하고 묻는다. 내가 타 보고 싶다 하면 당장이라도 빌려 줄 기세다. 내가 자전거도 못 탄다고 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국에서도 익히 겪어 온 반응이지만 여기선 더 놀라운 일인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베트남에서 자전거는 주요 통학 수단이다.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보통 대학생이 된 이후. 입학 기념으로 부모님이 사주거나 돈을 모아서 사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주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자전거 뒤에 타다가 학교 갈 나이가 되면 자전거로 등하교한다. 그러니 베트남에서 자전거를 못 탄다는 것은 청소년기에도 스스로 등교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그건 꽤나 불편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학생들 반응에 머쓱해진 내가 그래도 자동차는 운전할 수 있다고 하면 더더욱 놀란다. ‘그 쉬운 자전거도 못 타면서 자동차를 탄다고?’하는 눈빛. 그럼 나는 아주 간단히 대답하지. 

  “차는 바퀴가 4개잖아요. 넘어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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