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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01. 2019

[다낭소리] 학생들을 만나는 이유

 학생들을 만나는 이유

 저녁 동아리 수업 후에 학생들에게 저녁을 사 주었다. 요새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과제가 있는 날에는 새벽 두세 시에 자고 그 외에도 제 2외국어 자격증이며 컴퓨터, 관광 가이드 양성 과정 등 배울 것이 많다고 피곤해하기에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었다. 자취해서 끼니를 모두 밖에서 해결한다기에 뭔가 맛있고 영양가 있는 걸 사주고 싶었는데 마침 학생들이 한국 음식도 괜찮으냐고 조심스레 물어 온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겨우 학교 앞 분식집. 학원을 운영하면서 1층에 한국 음식과 음료도 팔고 있는데 다른 곳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학교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니 접근성도 좋고 학생들 사이에 맛있다는 평이 나 있는 모양이다. 좀 더 맛있는 걸 사주고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학생들은 처음 와 본다며 좋아라했다. 생각해 보니 라면 한 그릇이 우리 돈 2500원. 아까 내가 점심으로 사 먹은 쌀국수가 600원이었으니 가격이 네 배나 차이나는 것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집에 가면 기본 6천원에서 만원은 쓰고 오니 나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느꼈을 뿐, 학생들에게는 부담되는 가격이었을 것이다. 이번에도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구나 싶어 반성했다.  


 떡볶이와 라면, 치킨, 새우튀김 김밥을 먹으며 학생들과 한껏 수다를 떨었다. 자취하는 학생은 수업 시간에도 조용하고 따로 만난 적이 없어 얼굴만 알지 별다른 친분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말하기 실력을 길러 보고자 친구와 함께 동아리에 신청하여 열심히 나오는 중이다.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한국인을 만나면 여전히 떨리고 긴장된다고 한다. 그래서 부러 더 말을 걸었다. 감기가 아직 낫지 않아서 목이 아프기는 했지만 분명 이 학생에게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과 따로 만나면 늘 한국에 언제 돌아 가냐고 묻는다. 처음엔 고민했고 다음엔 미안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었다. 요즘은 힘주어 말하고 있다. 나는 내년 8월에 귀국하고 다시는 베트남에 돌아오지 않을 테니 내가 있는 동안 실컷 이용하라고, 자꾸 선생님을 귀찮게 해야 실력이 느는 거라고. 나는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기회가 있을 때 나를 이용하라’는 것은 부임 초부터 여러 번 강조했던 말이다. 하지만 아직 유교 사상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수줍어서인지 내게 먼저 말을 거는 학생들이 드물다. 선생님이라는 존재를 높고 어렵게 봐서 그런가 싶다. 그럴 때마다 아쉽고 속상하지만 너무 채근하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되겠거니 싶어 자제한다.


 대신 방법을 바꿔서 소수 정예 동아리를 여러 개 열고 소그룹 모임을 자주 가진다. 이벤트로 우리 집에 초대하거나 수업 후 커피 한 잔씩 사주는 등 학생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학교 앞 카페에서 2,30분이라도 대화 나누는 것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자극이 되는지 모른다. 그 짧은 시간에 무엇을 가르칠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학습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이렇게 나를 개인적으로 한 번이라도 만난 학생은 그 다음 수업 시간에 더 열심히 참여한다.


 그간 다낭외대에 많은 원어민 교사가 다녀갔지만 학생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지거나 따로 만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한국어 동아리를 바라고 한국인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신기하고 자랑스러운가 보다. 우리 집에 놀러 오거나 같이 어울릴 때마다 SNS 라이브 방송을 하고 사진이며 동영상을 찍기에 바쁘다. 


 대학시절 나는 원어민 교수님과 사적으로 딱 한 번 만나 봤는데 그 자리가 얼마나 설레고 좋았는지 모른다. 만나면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화를 이어 나가야할 지 미리부터 생각했었다. 막상 만나니 떨려서 대화보다는 젓가락질하기에 바빴고, 누군가 용기내서 같이 찍은 사진을 일기장에 꼭 붙여둘 만큼 좋은 날이었다. 그날의 기분을, 추웠던 날씨와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학생들 마음을 알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욕심인 줄 알면서도,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들으면서도, 때때로 나 자신도 버겁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학생들을 만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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