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무개입니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좀 말씀해주세요.”
“000000”
“감사합니다.”
“그런데 거기 차트에 나와있을 텐데, 왜 매번 물으시나요”
병원 진료를 받거나 전화 금융거래를 할 때, 간호사나 상담원은 매번 이름과 주민번호를 수차례 묻는다.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을 매번 반복해 묻는 상대에게 짜증이 나, 거기 나와 있는 걸로 확인하면 될 걸 또 묻는지 투덜거린 적이 있다.
복명복창하면 군대 조직이 먼저 생각난다. 지금도 군대에서는 복명복창을 생명처럼 여긴다. 전시 상황에서 잘못된 명령전달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복명복창은 명령이나 지시를 입으로 반복함으로써 전달의 정확성을 확인하고 시행을 다짐하는 절차이다. 사격훈련이나 수류탄 투척훈련을 받으며 복명복창을 소홀히 해 얼차려를 받기도 한다.
복명복창(腹鳴復唱)은 무조건적인 복종(服從)이 충(忠)이고 의(義)이고 선(善)이었던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복명복창(腹鳴復唱)의 복(復) 자가 복종(服從)의 服자와 음이 같아 이와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듯 하나 사실 복명복창은 소통에 방점이 있다.
이제 복명복창은 군대를 벗어나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보편화되었다. 의사전달의 오류로 생길 수 있는 피해나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식당에서 주문과 다른 음식을 가져오는 소동에서부터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소통의 오류로 인한 분쟁이나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 역사 속에 일어난 분쟁이나 사고가 정보전달의 어처구니없는 오류에서 촉발되기도 했다.
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명령 전달에 있어 무결성의 필요는 정보기술을 체계화시켰다. 과거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밖으로 쏘아 보낸 우주선을 통제하는 컴퓨터 언어의 작은 코딩(coding) 오류(bug)로 우주선이 궤도를 이탈하거나 포기한 사례들이 있었다.
복명복창은 책 읽기에도 적용된다. 나는 책을 깨끗하게 보지 못한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소리 내어 읽어본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밑줄 그은 문장을 다시 새겨본다. 녹음해 저장해 두고 나중에 다시 들어보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저자의 생각을 되새겨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수첩을 들고 다니며 회의 내용을 메모하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두는 것 역시 복명복창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의 눈으로 보면 복명복창은 복종일 수 없다. 의문 나는 사항은 묻고 확인해 정확히 이해하고 새겨두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상대에게도 물어 확인해야 하는 창의적인 절차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우리의 기억과 다짐은 신뢰할 수 없다. 기억을 복기하는 데 있어 뇌는 편향의 오류, 확증의 오류를 범한다. "그때 한번 물어볼 걸"하는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삶을 복명복창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