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을 지어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면서 기대했던 것 몇 가지가 있었다. 땅을 밟고 사는 안정감을 기대했다. 아파트에 사는 건 왠지 붕 떠서 사는 느낌이었고 단독주택이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하나는 어린 시절 한 지붕 여러 가족으로 지냈을 때처럼은 아니어도 이웃과 소통하며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물론 대단한 착각이라는 걸 알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집을 지을 때 아무래도 이웃집은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우선 뚝딱거리는 소음으로 인해 불편하게 된다. 각종 공사 차량들로부터 익숙지 않은 소음으로도 피해를 본다. 특히 목조주택인 경우 타카를 밖아대는 소음이 굉장하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꼽을 수 있다. 공법에 따라서 먼지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흙이 떨어져 오염된 도로로 인한 불편도 따른다. 수시로 물을 뿌려 청소하고 청결하게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항들을 이웃에서 일일이 걸고넘어지자면 전부 민원 거리가 된다. 일단 민원이 발생하면 공사 중단 조치가 내려지기 일쑤다. 공사가 중단되면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시간적, 비용적으로 손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이웃들에게 굽실대며 을의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잘 지내지만, 집을 짓는 동안 이웃집 아저씨, 아줌마 덕에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땅 경계도 측량해 꽂아 둔 빨간 말뚝을 뽑아 자기 마음대로 우겨 옮기질 않나, 집을 기초를 너무 높게 올린다고 동사무소에 민원을 넣어서 일정에 차질을 주기도 했다. 이런 경우 보통 공무원은 현장에 나와서 애매한 입장을 취하며 건축주인 내게 양보를 권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목소리 큰 놈의 말을 들어주는 식이었다. 거기에 집을 짓는 사람은 앞으로의 과정들이 남아있어서 공무원의 권면을 무시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심지어 이웃집의 장독대는 경계를 넘어 오랜 기간 내 땅의 일부를 무단 점유한 상태였다. 시멘트로 지어진 장독대를 철거하고 나니 그걸 새로 지어놓으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큰 비용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 들어주긴 했으나 뒷맛이 개운 친 않았다.
심지어는 공사 중인 내 집 터에 동네 지인들을 끌고 다니며 주인인양 친절하게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오지랖까지 떨었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외관 공사도 마치고 내장공사를 마치게 되면 준공검사를 마치고 드디어 입주를 하게 된다. 통상 그것이 절차지만 이사날자를 딱 못맞추면 준공검사 전에 이사를 먼저 해서 짐을 들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데 이웃집 아저씨가 심기가 불편하게 꼬이셨는지 문제가 생겼다. 준공검사 이틀 전에 이삿짐이 들어온 것을 두고 동사무소에 가서 난리를 치고 도청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모양이었다. 공무원이 나와서 옆집이랑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며 일단 마무리 공사를 중단하라고 하며 옆집이랑 문제 해결을 하라는 거였다. 지금은 그 내용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준공 전 마지막 신고식을 단단히 받으려는 심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물하나 사들고 가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해가며 겨우 달랬다. 다음 날부터 공사를 다시 재개하였다. 앞으로 계속 이 사람들이랑 이웃으로 얼굴 맞대고 살 생각을 하니 답답한 생각도 들었다. 집을 다 짓고 나자 사람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엄청 생각해주며 우호적으로 나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나와 아내는 그들과 더 이상 멀리도 가까이도 하지 않으며 지낸다. 그냥 한 동네 사람 아파트 이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동강 부근에 집을 짓고 마을에 들어와 사는 부부의 집을 구경하러 간 적이 있었다. 시골 인심이 좋지 않냐는 내 질문에 껄껄 웃으며 했던 젊은 주인의 대답을 기억한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으면 좋은 이웃일 수 있지만, 뭔가 작은 것이라도 연루가 되면 결코 좋은 관계로만 남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주 작은 손해도 안 보려고 목숨 건다는 설명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연락도 없이 찾아오거나 창문으로 들여다보는 통에 당황할 때가 많다는 이야기도 더해주었다.
주택에 살며 이웃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건 아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얼굴 안보며 살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며칠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 나는 마당에 키우는 개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시내에 사는 지인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뒷집 노총각에게 종종 부탁할 때도 많다. 주택에서 사는 것은 분명 좋든 싫든 아파트보다는 관계적인 삶이 돼야 하는 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