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산다는 것은 2

낭만적 환상 깨기

by 타마코치

나는 구들방을 좋아한다. 아궁이 딸린 시골 흙집의 누추한 구들방은 할머니의 품 같은 냄새가 난다. 외풍에 코가 살짝 시린 방안 공기와 불 지핀 바닥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집을 구상하면서 어딘가에 이런 공간을 마음에 두었다. 시공업자는 번거로움 때문에 황토방을 별개로 짓기를 권했다. 그러나 땅이 넓지 않아 안방만 구들을 놓겠다고 설득했다. 업자 입장에서는 목조주택에 안방에만 구들을 놓는 게 그리 달갑지 않다. 구들장이의 작업일정이 전체 건축공정과 부딪히기 때문이다.


기초공사는 단순기초와 줄기초로 구분된다. 단순기초는 작은 규모의 건축을 할 때 주로 채택한다. 땅바닥에 콘크리트를 부어 마치 모두부처럼 굳혀놓은 것과 같다. 그리고 그위에 골조를 세우고 집을 완성하는 것이다. 공정이 짧고 단순하다. 줄기초는 큰 규모의 공사나 건물의 지하공간 확보를 위해 사용한다.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사이에 부어 외벽을 세워 상자갑처럼 만든다. 거푸집을 만들고 철거하는데 시간과 인력이 더 소요된다. 구들을 놓으려면 줄기초를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단순기초와 안방의 줄기초 두 공정이 병행되었다. 한 공사에 두 업자가 협업을 하는 걸 서로 불편해했다. 남의 판에 들어와서 좌판 깔고 장사하는 듯해 가벼운 긴장감마저 돌았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잘 마무리되었다. 뜨끈하게 불도 잘 들어왔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구들과 어울리는 조합은 목조보다는 흙집이나 벽돌집일 것 같다. 불을 피우면 구들방에 나무 냄새가 난다. 연기가 방바닥과 벽체로 살짝 스며들기 때문이다. 시골의 토방에 불을 때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두곤 하는데, 이런 면에서 보면 흙벽체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다.


구들방은 중독성이 있다. 처음에 구들을 놓겠다는 내 생각에 아내와 두 아들은 반대했다. 왠지 산뜻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구들방 마니아가 되어버렸다. 매일 불을 때는 겨울이 되면 베개를 챙겨 안방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역시 겨울엔 구들방이 최고야!" 두 아들의 너스레에 한바탕 웃곤 한다.


그러나 구들방은 불편하기도 하다. 땔감이 필요하다. 불도 매일 때야한다. 변두리 한적한 곳이긴 하나 도시에서 나무를 구하는 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한두 해는 이웃집에서 나무를 샀다. 집 바로 뒤 자기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주었다. 집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어 베어내야 할 참나무들이었다. 그리고 휴일이면 짬짬이 가까운 산에서 설해목을 잘라 싣고 오기도 했다. 사실 산에서 쓰러진 고목을 가져오는 것도 금지돼 있다. 그리고 세 번째 겨울을 맞을 무렵 산판 트럭 한 차 분량의 참나무를 샀다. 대문 앞 공터에 쏟아놓고는 나 몰라라 가버린다. 그 나무들을 도막 치는데 사람 둘이 필요하다. 인건비도 비싸지만 꼬박 보름은 걸릴 것 같았다. 매일 조금씩 작업을 해 한 달 조금 넘게 걸려 혼자 잘랐다. 엔진 톱질은 재미있기도 하다. 스펀지 마개를 끼워도 작업 후에는 귀가 윙윙거린다. 한두 시간 작업을 마치면 톱밥을 잔뜩 뒤집어썼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했다.


나무하러 다니면서 엔진톱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이미 지인의 엔진 톱질 작업을 도와주면서 요령을 배워두었다. 엔진 톱질은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들은 엔진의 굉음은 나를 긴장시켰다. 몸을 바로 세우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산에 제멋대로 누워있는 나무를 자르다 보면 비스듬하게 손을 뻗거나 안정된 자세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무리해서는 안된다. 나무를 포기해야 한다. 욕심은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나무도 수종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제일 좋은 건 아카시아 나무와 참나무다. 목질이 단단하고 화력이 좋다. 탈 때 연기도 별로 없고 나무향도 은은하다. 소나무는 목질이 성겨 화력이 두 나무에 비해 약하다. 송진이 있어서 불이 잘 붙지만 그을음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도막 친 나무는 가지런히 정리해서 비와 해를 덜 맞도록 적당히 덮어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도끼질을 해서 아궁이 가까운 곳에 쌓아두어야 한다. 따끈한 구들의 따스함을 누리기 위해서 보통 노력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어떤가? 아직도 구들방에 대한 로망을 떠올리는가? 그렇다면 이 정도 불편과 노력쯤은 즐길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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