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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급 발견

레깅스는 바지일까?

by 타마코치

반복되는 레깅스 논쟁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의 노트르담 대학에서 여성의 레깅스 차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엄마가 캠퍼스에서 여학생들이 착용한 레깅스가 남학생들을 성적으로 자극할 우려가 있으니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학교축에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이 여성은 자신이 가톨릭 신자며 네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하였다. 아들과 함께 대학 캠퍼스를 방문했을 때 여성들이 입은 레깅스가 눈에 거슬렸으며 어린 남성들이 여성의 몸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고 우려하였다. 여학생들은 "옷의 취향은 감시될 수 없으며, 여성은 원하는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파장은 소셜 미디어로 확산되었다. 여성들은 레깅스를 입은 자기 사진을 올리며 동조하였다.


레깅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레깅스 차림의 10대 소녀 3명의 탑승을 막은 일이 있었다. 그들이 '직원용 탑승권'을 가지고 있어서 '직원 복장 규정'을 적용했을 뿐이라고 항공사 측은 해명했으나 이를 계기로 레깅스 논쟁은 불이 붙었다.


레깅스 패션 유행

레깅스는 피트니스와 요가를 할 때 입는 운동복이 일상복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른바 '애슬레저(Athleisure)'패션 열풍은 뉴욕에서 시작돼 미국 북동부와 중부 지역을 휩쓸었다. 미국 여성 소비자들은 이제 청바지보다 레깅스를 더 많이 구입하고 있다. “레깅스는 바지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내가 입을 옷은 내가 결정한다”는 상반된 주장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반신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공공장소에서 입는 건 망측하다는 ‘불만세력’은 대개 남성이고, 레깅스 예찬론자 대부분은 젊은 여성이다. 이런 탓에 ‘레깅스 박해는 여성 억압’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레깅스는 바지인가?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 주 배링턴에서 2016년 10월 23일 '요가 팬츠 행진'시위가 벌어졌다. 지역신문인 배링턴 타임스에 실린 60대 남성의 글이 발단이 됐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레깅스를 입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대게 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레깅스 차림은 망측하다고 목소리 높인다. 반면 레깅스 예찬론저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레깅스 박해가 곧 여성 억압이라고 말한다. '레깅스 혐오남'들은 시종일관 레깅스는 바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레깅스와 별 차이 없는 쫄바지남들까지 등장하는 현실은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레깅스 비난에 대한 비난

미국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는 레깅스 차림을 규제했다가 성차별로 제재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레깅스 논란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에서도 댓글 논쟁이 뜨겁다. 공감 가는 비판들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부합되지 않는다 하여 일반인들에게 불편함을 호소하고 권하는 무례함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었다. 또한, 남자들이 미혹되지 않도록 여성들의 옷차림을 조신하게 입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무슬림 국가처럼 히잡이나 차도르를 씌우는 것과 같은 논리라며 역시 맹비난을 하고 있다.


전근대적 성 인식

전근대적인 차별적 성 인식은 아직까지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자식 키워보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며 덧글을 달았던 이는 사람들에게 조리돌림 당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신념을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는 주장리라고 본다.


여성들이 타인의 눈을 위해 옷을 입는다는 인식은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드러내는 것이며 성차별이다. 2004년 성매매 여성 보호를 앞세워 성매매특별법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오히려 성매매 여성을 인권 사각지대로 밀어 넣었다. 성을 판 여성에게는 '윤락녀’라는 낙인을 찍고, 성을 산 남성에겐 ‘성욕을 어쩌지 못한 평범한 시민’이라는 면죄부를 주었다.


성숙해가는 성 인식

노트르담 대학의 남자 학생들도 이번 시위에 동참했다. 누군가를 이야기할 때 그의 용모나 이성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특정 성을 지칭하는 불평등한 용어 마저도 지양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남선생, 남기자, 남성 조종사로 부르지 않듯이 더 이상 여선생, 여기자, 여성 조종사로 특정해 부르지 않는다. 무의식 속에 드리워진 차별적 성 인식이 걷힐 수 있으면 좋겠다. 남자들도 레깅스를 더욱 많이 입길 바란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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