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같은것, 다른생각4] 머그잔&종이컵 이야기

by 웃는샘 이혜정


#머그잔 이야기

커피가 조금 남아 있어요. 머리엔 아직도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구요. 아까 나를 집어 들었던 그 아주머니는 립스틱을 얼마나 짙게 발랐는지 아직도 자국이 선명하네요. 웃음소리도 잊을 수 없을정도로 컸다니까요. 특히 큰 아이 담임선생님 흉내를 내며 깔깔 넘어갈때는 보기 역겨울 지경이었어요.

뭐가 그리 바빴는지 다 마시지도 않고 나를 세게 내려 놓더니 둘째 올 시간이라며 서둘러 나가더라구요.

전 또 다시 프론트 가까이 있는 좁은 싱크대로 가게 되었어요....


화장기 없는 수수한 저 여자아이는 나를 설렁설렁 씻어주지요. 립스틱 자국은 좀 깨끗이 지워줬음 좋겠는데..어디 아픈지 영 힘이 없네요. 표정이 늘 어두워 보여서 안쓰럽다가도 손님들에게 애교 섞인 말투로 주문을 받을 때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한번은 남자친구인 듯한 사람이 찾아와서 커피를 시킨적이 있는데 이여자아이는 계산도 하지 않고 나에게 뜨거운 카페모카를 담아 건네더라구요. 휘핑크림까지 올려서 말이죠. 그게 사랑이 아니고 뭐겠어요? 저는 그때 알았죠. 그 남자아이가 이 아이의 남자친구라는걸요. 사실...이 가게에선 그게 가장 비싼 커피거든요.







저것 보세요. 저 갈색 봄 자켓을 입은 아저씨 있죠? 아니..그 아저씨를 보라는 게 아니라..그 아저씨가 들고 있는 저 친구요..

저는요.. 저 아이가 너무 부러워요. 저는 이 곳 밖을 한번도 여행해 본적이 없는데....얼마나 신나겠어요? 바깥공기는 어떨까요? 이 곳 밖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궁금한게 참 많아요. 그런데 답답한 이 곳에선 아줌마들 그저그런 수다를 듣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있는 게 없어요

다음에는 꼭 저 아이로 태어나고 싶어요.









#종이컵 이야기

박스 문이 열려요. 동시에 옆 친구가 공장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종이컵의 여행에 관한..








"옛날 옛날 종이컵 삼형제가 있었어. 너무 우애가 좋아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지. 어느날 그 형제들은 아주 무서운 곳에 가게 되었어. 분위기가 꼭 마법약을 만드는 마녀 집 같았지. 그 형제들은 무서우니 꼭 붙어 있자고, 힘을 모아 버티면 살아 나갈 수 있을거라고 말했지. 하지만 어떤 여자가 그들 중 제일 큰 형을 데리고 가버렸지. 그녀는 분명 마녀임에 틀림없어. 착한척 변장하는 건 그들의 특기잖아. 큰 형에게 이상한 향이 나는 시커먼 약물을 붓더니 진짜 마녀같이 매섭게 생긴 뽀글머리 아줌마에게 줘버렸어. 그 길로 큰 형은 볼 수 없었지. 그 마녀는 둘째 형에게도 똑같이 해버렸어. 참 잔인한 마녀지 않아? 그래서 막내 종이컵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그 곳을 탈출했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비밀이야."

"탈출해서 뭘 했대?"

"오랫동안 여행을 했었대. 힘들기도 하고 보람차기도 했다면서... 근데 신기한건 뭔줄 알아?......"

"뭔데?"

"마지막 여행지에서 형들을 모두 만났다는 거야. "

"에이 거짓말. 말도 안돼. 마녀가 없애버렸잖아"

"그러니까 신기하다는 거지. 더 깜짝 놀랄일은.."

"놀랄일은?"

"그 중 막내가 나라는 거야."

"뭐라고?"

"사실이야. 내가 그 여행을 하고 돌아온 막내 종이컵이라구. "

"정말? 이야 너 멋지다."




"너 저기 저 애 보이지? 저 마녀가 들고있는 거 말이야. "

"구멍난 코가 달려있는 쟤 말이야?"

"응. 쟤 말이야. 저 아이는 마녀가 애지중지 보살피는 중이야. 애완동물이라 생각하면 쉬울거야."

"애완동물이라.."

"그래. 난 저 아이가 참 부러워. 나도 이제 여행하기 보다는 이 곳에서 편하게 쉬고싶거든. 사랑받으며 말이야."

"그렇게 듣고보니..저 애는 참 행복해 보인다. 좀 멋있기도 하고.."

"그치? 난 다시 태어 난다면..저 애처럼 마녀집 애완동물로 태어날거야. 꼭 말이야."

....

"나도"

매거진의 이전글[너와 나 같은것, 다른생각3]네가 오는 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