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같은것, 다른생각3]네가 오는 날2
#김선생 이야기-<왜 이렇게 빨리 왔니?>
"엄마, 저 분홍꽃 뭐야?"
"어디, 맙소사. 벚꽃이잖아."
10월이건만, 봄 벚꽃이 벚나무에 팝콘처럼 터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가을 드라이브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
벚꽃로드로 유명한 도로 양옆에 한두 그루도 아니다.
벚나무엔 계절을 잊은 벚꽃들이 가을햇살 아래 매달려 있다. 화려한 런어웨이 위에서 조명에 주눅 들어 나온 어린 모델연습생 같다.
나무의 시간이 사라졌다. 봄 꽃- 여름 초록잎- 가을 단풍잎- 겨울 가지의 휴지기. 이 네 단계의 나무의 생 중 3, 4단계가 증발해 버렸다. 1-2-다시 1'이 되어 버렸다. 전 단계 없이, 급속도로 무대에 밀려 올라와야 했던 꽃들. 그들의 이른 데뷔는 아직 어설펐다.
이른 개화...
내 인생의 시간들이 그랬다.
빠르게 달렸다.
인내 같은 건 없었다.
빨리 달리니 빨리 꽃이 피었다.
그. 러. 나.... 성급히 핀 꽃에는 향이 없었다. 이른 개화는 초라했다. 창피해서 그 자리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
그렇게
핀것도, 안 핀 것도 아닌 어설픈 시간을 접고 나니...
오래동안... 아주 오랫동안 다시 꽃이 피지 않았다.
조금만 쉬다 봄이 오면 달라질꺼라고 말했지만,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 봄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한다....
10월의 어느 벚꽃 날리던 날
내 청춘의 사라진 시간들이 그냥 그렇게 생각이 났다.
#이선생 이야기-<빨리 왔다 갔어도...>
당신의 꽃이 벌써 졌다고 생각해? 이렇게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는데?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버드를 기다리며 설레이고 걱정하는 너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꽃이 피어야만 하는걸까?사실 난 꽃자리에서 조금씩 풍기는 너만의 향기가 그 꽃보다 더 좋더라.
그래서 난 사라진 청춘이 그리운 우리들이나 저리 일찍 온 벚꽃이나 하나도 가엽지 않아.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