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찾기 위한 네 번째 이야기
이제 로띠 할아버지는 낮잠도 자지 않고 햇살이 찾아오는 시간이 되면 장비를 동여맨 채 길을 떠난다. 길을 만들고 그 길로 여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 저곳 길을 만들다 찾게 된 개울가인데,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햇살을 한껏 품은 작은 개울가에 어마어마하게 키가 큰 왕버들이 자라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2층 집 보다도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아름드리 나무였다. 그리고 그 호수 저편에는 그림같이 생긴 예쁜 나무집이 있었다. 파란 물과 정말 어울리는 노란색 1층 집. 멀리서 보았는데도, 널따란 테라스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한 폭의 그림 같군. 만약 내가 이 모습을 그림으로 그릴 수만 있다면 난 틀림없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었을 거야.’
오늘의 휴식 시간은 이 나무 아래에서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고 바닥에 앉았다. 폭신한 잔디가 참 마음에 들었다. 기미투성이인 로띠의 얼굴을 위해 버들잎들이 햇살을 다 가려주었다. 그곳은 로띠의 아지트로 딱 안성맞춤이었다.
“저곳에 사는 친구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멋진 왕버들을 가까이에서는 만나 볼 수 없겠군. 이런 환상적인 곳에서 낮잠을 자 볼 수도 없을 테고 말이야. 쯧쯧, 안타깝네. 친구. ”
노오란 1층집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집에서 싸 온 베이컨 달걀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버들잎 그늘 사이로 햇살이 강하게 로띠의 이마를 때린 바로 그때, 로띠 머릿속에 굉장한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 그거야! 허허. 내일부터 굉장히 바빠지겠군.’
다음날부터 로띠는 커다란 돌을 줍기 시작했다. 로띠의 몸체만 한 돌이라서 사실 줍는다기보다는 끌고 다닌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어디서 힘이 그리 생겨나는지 커다란 돌을 굴리고 당기고 하는 모습이 꼭 거인 같았다. 누가 할아버지라고 하겠는가?
커다란 돌을 하나씩 개울로 빠뜨렸다. 조금 작은 돌까지 합치면 20개 넘 짓 되어 보였다.
“첨벙! 첨벙!”
“허허! 그 소리 참 시원하구만! 가슴이 뻥뻥 뚫리네. 그려. ”
로띠 할아버지는 거의 일주일째 이 돌다리를 만들고 있다. 처음 3일은 돌을 찾아서 끌고 오는 데 썼고. 그다음 날부터는 이렇게 온몸을 물에 담근 채 돌을 옮기는 데 쓰고 있다. 모내기를 하듯 할아버지는 돌을 개울에 가지런히 옮겨 심는다. 돌 간격을 정하는 로띠만의 방법도 있다. 오른팔을 앞으로 뻗어 딱 그만큼만 사이를 두었다. 어린아이들도 폴짝 뛰면 넘을 수 있겠다 싶은 딱 그 정도.
원래 로띠 할아버지가 처음 생각했던 길은 이게 아니었다. 어린 꼬마들이 무리하게 뛰어 건너갈 필요 없는 그런 돌길이었는데. 이런 징검다리가 아닌, 그냥 돌로 주욱 이어진 그런 길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만들려면 많은 돌이 필요한데, 그걸 구할 수도 없고 들고 올 힘도 없었다. 우선 가지고 있는 돌들로 이렇게 만들어 놓고, 다음에 다시 시간을 내서 틈새를 다른 돌들로 메울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누군가의 길이 되어 주어 참 고맙네. 친구들! 내가 죽기 전에는 더 멋지게 고쳐줄 거야. 흠잡을 데 없이 말이야.”
할아버지는 살며시 웃으며 돌들에게 말한다. 아, 이제 그냥 돌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한 길이 되었다. 돌길이 된 그들에게 할아버지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그들 위로 걸터앉았다. 시원한 개울물에 발을 담근 채, 반짝이는 개울물을 바라보며, 개울 딱 중앙쯤 되는 돌 위에 앉아, 할아버지는 돌들을 쓰다듬었다.
며칠이 흘렀다. 돌 징검다리가 잘 있나 싶어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돌 하나, 돌 둘, 한 발짝, 두 발짝 걸으며 맞은편 마을로 건너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로띠 할아버지는 자기도 모르게 예쁜 노란색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돌다리를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똑똑”
“……”
“똑똑똑”
누군가가 문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시지요?”
어떤 멋지게 생긴 청년이 걸어 나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로띠는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시오. 저는 로띠라고 해요. 저 건너편 오니스 마을에서 왔지요.”
그 청년은 놀란 눈을 하고, 조금은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프레르라고 해요. 여기 해삐스 마을에서 꽃을 가꾸는 일을 하지요. 사실 오니스 마을 사람을 만난 건 당신이 처음이네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로띠는 헤벌쭉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자신이 만든 돌다리를 자랑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반갑소. 프레르! 하하. 나도 해삐스 마을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라오. 특히나 당신처럼 멋진 청년을 이곳 낯선 땅에서 만나다니 너무 기쁘오. 음, 흠! 다름이 아니라, 혹시……, 저 돌 다리를 보았소? ”
프레르는 고개를 돌려 로띠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사실 그동안 그 개울 쪽으로는 쳐다볼 일이 없어서 다리가 만들어진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아, 몰랐어요. 다리가 생겼다는 것을. 당신이 만들었나요? 우와. 대단해요. 당신은 다리를 만드는 사람이군요.”
로띠는 신이 났다.
“다리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오. 길을 만들고 있었는데, 건너편 마을로 가는 길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다리까지 만들게 된 것이오.”
“……”
“사실……, 당신네 사람들에게 저기 저 왕버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오. 그 멋진 걸 나만 누리는 것은 범죄 아니겠소? 허허허.”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이를 어쩌죠? 제가 그쪽 마을로 가는 것은 불법으로 알고 있는데, 안 그런가요?”
로띠는 큰 소리로 웃으며 얘기했다.
“허허허, 그 무슨 소리요? 그런 법은 세상에 없어요. 저 왕버들 한번 보는 게 무슨 불법일 수 있겠소? ”
소심한 프레르는 이제야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하긴, 그래요. 그럼 지금 당신은 저를 초대해주시는 건가요? 저 반짝이는 개울가의 왕버들로 말이에요.”
로띠는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한다.
“허허. 당연하지요. 언제든지 저곳은 당신과 나의 아지트라 해두죠. 아! 저 다리의 이름도 지어야 겠군요. 『프레로띠』다리라고 말이요. 어떻소, 프레르? ”
프레르는 꽃 같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저는 그곳에 멋진 나의 꽃들을 선물하죠.”
그날부터 프레르는 꽃에게 점심을 주고 난 후, 늘 왕버들 그늘을 찾았다. 그는 로띠의 돌다리가 아주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왕버들과 돌다리, 그리고 개울물이 어우러진 그곳은 천국 같았다.
어느 날 프레르가 왕버들 아래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었는데, 로띠가 왔다. 약속을 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로띠!! 반가워요. 오늘도 당신은 바쁘군요.”
프레르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의 장소에서 이렇게 함께 만난 건 처음이었다.
“오호! 자네를 여기서 보다니, 오늘 멋진 날이 되겠군. 내가 선물한 이 장소 어때? 환상적이지 않나?”
로띠는 괜히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했다.
“네. 너무 근사한 곳이라서 해삐스마을의 친구들도 초대하고 싶은 정도라니까요.”
“그럼 당신의 친구도 초대해 보게. 저번에도 말했지만 좋은 건 나눠야 하지 않겠나?”
프레르는 잠깐 멈칫했어요. 좀 어두워지기도 했죠.
“실은 해삐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만나는 일이 없어요. 일 때문이면 모를까…….”
로띠는 한숨을 쉬었어요.
“만나지도 않는데, 꽃을 어떻게 전해주나? 프레르 자네, 꽃을 가꾼다고 하지 않았어? 본인을 위해서만 꽃을 가꾸지는 않을 것 같아서. ”
“꽃이 필요한 자들은 동물이고 사람이고 모두 저에게 편지를 써줘요. 그럼 저는 배달부를 불러 꽃을 보내버리죠. 편지를 주고받는 그들이 저의 유일한 친구이기는 해요.”
로띠는 잠깐 생각했다.
“우리 마을보다 더 심한 동네를 찾은 것 같군.”
“그래서인가 봐요. 저는 로띠 당신과 이렇게 수다를 떠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마음을 나누니까 배로 되는 것 같아요. 이것 보세요. 여기에 핀 꽃들도 저희 집에 있을 때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을요. ”
“프레르! 나도 말일세. 이런 기쁨을 누리기 시작한 게 자네를 만나고부터야. 다른 친구들은 마치 수레바퀴를 타고 있는 것 같아. 혼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하루하루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친구는 별로 없을 거야. 그들은 그 속에서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나는 그들에게 『다른 길』을 선물해 주었네. 한동안 그 일에 온 힘을 쏟았지. 그들의 이름을 따서 길 이름도 만들어 주었지. 하지만 프레르! 그들은 자신이 늘 가던 길로만 다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않나……. 우리가 이렇게 함께여서 행복한 것처럼 그들도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라네. ”
로띠 할아버지는 갑자기 우울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힘들게 닦아놓은 길들이 불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들이 이 길을 신나게 다닐 거라고 상상했던건 아니지만.
프레르가 이런 로띠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꺼낸다.
“로띠! 좋은 생각이 있어요. 이 마을 모두가 『다른 길』을 가볼 수 있게 이벤트를 하는 거예요.”
로띠가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이벤트? 어떻게?”
프레르는 엄청 흥분이 되어 말했다. 이런 얼굴은 거의 처음이었다.
“모두에게 편지를 보내는 거예요. 각각 다른 편지를요.”
로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내용으로 편지를 쓰지?”
프레르가 좀 전보다 더 들떠서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오니스 보물찾기 이벤트!, 저쪽 길에 당신에게 줄 선물을 숨겨두었습니다. 선물을 찾은 분에게는 계절별로 색이 변하는 란타나 꽃을 상품으로 드립니다.』라고 말이죠. 히히 어때요? 로띠?”
로띠가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로 물어보았다.
“거 재밌군. 근데 란타나 꽃이 뭐지?”
프레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꽃은 자신의 전문분야이기도 하니까.
“7가지 무지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친구죠. 기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데 그 색으로 주인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어요. 애완식물로 딱이죠. 요즘에는 구하기 어려운 친구라서 상품으로 한다면 많은 이들이 좋아할 거예요. 아! 그 친구의 꽃말은 우정이에요.”
프레르는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로띠는 프레르가 이렇게 웃는 걸 처음 보았다. 그래서 이렇게 행복해하는 친구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프레르 정말 좋은 생각이네. 자네가 말하는 그 선물이란게……,『친구』인가? 『다른 길』에서 만나게 되는……, 맞지? 좋아. 우리 당장 내일부터 길을 만들어 보자구. 그리고 거기서 엄청 재미난 이벤트를 여는 거야.”
프레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로띠를 쳐다보았다.
“로띠, 길을 모두 만들었다 하지 않았나요?”
로띠가 웃으며 답을 한다.
“자네 마을도 만들어야지 않겠나? 내가 또 『길 만드는 로띠』 아닌가? 우리 힘을 합치면 금방 끝낼 수 있을 걸세. 그리고 난 후, 우리 오니스 마을과 해삐스 마을에서 멋지게 이벤트를 시작하자구!”
프레르는 신이 났다. 꽃만 가꾸는 일만 하다가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동안 꿈꾸지 않았던 뭔가가 생긴 것 같아서 마음속 한 곳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좋아요. 그런 멋진 일을 내가 하다니. 너무 신나요. 저는 오전에 잠깐, 점심 이후에는 모두 괜찮아요. 물론 어두어지기 전까지만요. 어두어지면 꽃에게 저녁을 주고 노래를 들려줘야 하거든요.”
로띠가 웃으며 말한다.
“그래. 그럼 내가 하나씩 작업하고 있겠네. 자네는 시간이 될 때 나를 찾아오게. 장비는 내가 다 가져가지.”
그날부터 로띠와 프레르는 길을 만들고 팻말을 꽂는 작업을 했다. 로띠가 길을 닦고, 프레르는 팻말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
그 둘은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 오니스와 해삐스마을을 이어주는 돌 다리처럼 이들에게도 뭔가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