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찾기 위한 다섯 번째 이야기
해삐스 마을의 길들이 거의 연결될 무렵이었다.
로띠는 부지런하게 아침을 먹으며,
‘오늘은 어느 길들을 잇기로 했더라? 점심으로 프레르와 뭘 먹으면 좋을까?’
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똑똑똑’
‘똑똑똑똑’
집주인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누군가가 마구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런 무례하군.’
“잠깐만 기다려보시오. 지금 나가오.”
라고 말하며 문을 여는데, 처음 본 청년 무리들이 서 있는 거였다.
“안녕하시오. 근데 누구신지?”
청년 무리 중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세 보이는, 그리고 제일 앞에 딱 서 있는 자가 말을 꺼냈다.
“안녕하시오. 저는 펜쓰라고 하오. 옆 마을인 해삐스 마을의 파수꾼이라오.”
로띠는 너무 반가웠다. 동지를 만났다고 해야 하나? 사실 로띠는 아직 프레르의 편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인사를 하러 온 것이라고 짐작했다. 어쩌면 길을 만들어 준 데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주 잠깐 생각하기도 했다.
“와우! 펜쓰, 반갑소. 나는 로띠라고 하지. 이 오니스 마을의 파수꾼이지.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허허.”
“당신이 오니스의 파수꾼? 당신! 그런데 어쩜 그런 일을 벌일 수가 있단 말이오?”
로띠는 ‘무슨 일로 이 사람들이 찾아왔을까?’라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일? 그런 일이 무슨 일인지……. 좀 알아듣게 얘기해 줄 수 없겠소?”
펜쓰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 마주 보며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이것 참……. 정말 당황스럽군요. 프레르도 그렇게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오.”
“프레르? 허허 당신도 프레르를 알고 있소? 나의 멋진 친구지. 안 그렇소?”
“로띠라고 했나요? 로띠! 잘 들어요! 당신은 우리 마을 침입자라오. 침입자뿐인가? 우리 마을의 길을 다 파헤쳐 놓았죠.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걸 당신은 알고나 있는 거요?”
로띠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반응에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는 틈에 펜쓰의 오른쪽에 서 있던 청년이 이렇게 말했다.
“저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했는지 알려나 주시오. 혹시 우리 마을을 염탐하기 위해서였나요?”
로띠는 처음엔 당황스러웠다가 조금 후엔 약간 화가 나더니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당신들 마을을 염탐한다고 뭐를 얻을 수 있겠소? 누군가를 공격하고 뭔가를 뺏고 할 수 있는 체력과 성품이 나는 못 된다오. 안타깝지만 말이오.”
이번에는 펜쓰의 왼쪽에 딱 붙어있던 자가 말을 꺼낸다.
“제가 보기에도 뭔가를 해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물어보는 거예요. 도대체 왜 우리 마을에 들어와 프레르와 그런 행동을 하신건지. 프레르도 그동안 그렇게 안 봤는데, 참 이해할 수 없는 친구예요. ”
옆에서 펜쓰가 거들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프레르……, 참 멋진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로띠!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줄 테니 앞으로 우리 마을로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주시오. 오늘 당장 돌아가서 울타리를 칠 것이오. 오늘 새벽부터 이 친구들과 절반은 세워놓아서 조금만 작업하면 마무리될 것 같소. 나는 우리 마을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오. 잘 알아 듣겠소?”
로띠는 자신과 프레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에 기분이 언짢았다. 그리고 마을 사이에 울타리를 친다니……. 친구를 만들어 주자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로띠는 평소답지 않게 그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힘들게 길을 만들었던 모든 과정을 떠올리면서.
“당신들!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는 있소? 물론 우리가 말도 없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은 사과해야 할 일이오. 하지만 당신들의 행복을 생각하는 프레르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은 보지 못하겠소. 우리는 당신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그리했던 건데……. 이제 오늘 일을 마무리하면 우리는 근사한 이벤트를 열 작정이었소. 당신네 마을과 우리 마을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오. 그런데 울타리를 친다고?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지킨다는 것……, 모든 것을 막는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모든 것을 차단하는 것만이 마을을 지키는 일임은 절대 아니란 말이오!”
모두들 생각지도 못한 로띠의 말에 뭔가 모를 호기심이 생겼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요? ”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고요?”
“무슨 이벤트길래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요?”
다들 뭐가 그리 궁금한지 계속해서 물어본다.
로띠는 씩씩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동그란 눈망울 사이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 협상을 해보기로 마음 먹고, 한껏 진지해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말해주면 재미없지요. 당신들, 나와 프레르에게 며칠만 시간을 줄 수 없겠소? 우리가 이벤트를 한 후, 울타리를 치든 나를 막아서든 그때는 다 수긍하겠소. 아! 이건 꼭 약속하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란 것을 저 햇살에 대고 맹세하오.”
펜쓰와 친구들은 로띠의 말을 듣고 서로를 쳐다볼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이 일은 해삐스 마을의 파수꾼인 펜쓰가 결정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펜쓰를 따라 이곳으로 온 것은 단지 로띠를 무서운 괴물쯤으로 생각해서였다. 단지 펜쓰의 힘이 되고자 이곳에 왔을 뿐.
드디어 펜쓰가 대답을 한다.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음, 흠. 당신이 말하는 그 선물, 사실 좀 궁금하긴 하군요. 그게 우리의 행복을 위한 거라니, 더더욱……. 그런데 당신이 알아둬야 할 것은……, 우리 마을은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이오. 하지만 당신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소. 딱 일주일만 시간을 주고, 그 이후로 오니스 마을을 울타리로 막아설지 아닐지 결정하겠소.”
로띠는 사실 펜쓰가 동의할 줄 알고 있었다.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으니까.
“고맙소. 펜쓰. 나에게도 이 일은 내 평생 가장 의미있는 도전이오. 처음이자 마지막인……. ”
다음날, 로띠는 서둘러 프레르를 찾아갔다.
프레르는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듯이 걸어오는 로띠를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띠! 혹시 내 편지를 읽었나요?”
“허허. 읽었다네. 펜쓰를 만나고 한참이 지난 후였긴 하네.”
“펜쓰를 만났어요? 뭐라고 하나요? 무척 화가 나 있던데……. 그럼 이제 우리는 길을 내고, 이벤트를 열지 못하는 건가요?”
점점 울상이 되어가는 프레르에게 로띠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 우리 당장 오늘부터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네. 일주일 동안 말이야. 우리의 비밀 미션은 바로 『모두가 친구 되기! 』야. 우리가 이 일을 성공하지 못한다면 해삐스와 오니스 마을 사이에는 커다랗고 기다란 울타리가 쳐질걸세. 그리고 그건……, 프레르 자네와 내가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얘기와도 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