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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예정 Sep 10. 2022

이제 더는 좁아질 데도 없는 추석

마침내 끈끈해진 추석

새로운 집은 아직 짐이 가득이다. 이제야 누울자리 정도만 마련되었을 뿐이다. 이 짐들을 언제 다 정리할고.


추석이 코 앞이었을 때 우리는 또 한 번 분리를 겪었고, 비로소 우리끼리만 남았다. 작아질 데로 작아진 우리의 추석. 애초부터 이 모습이 옳았을 지도 모른다.


어제는 전화가 한 통 왔다. 이 전화를 끝으로 드디어 지난 곳과는 잘 마무리되었다. 고작 스물셋밖에 안 된 꼬맹이 하나로 인해 겪으셔야 했던 마음 고생에 대해 내게 설명 주셨고, 나는 진심으로 사과드렸다. 문제 삼지 않을 거니 괜찮다, 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나는 참 지금도 내 상황이 가장 크고 힘든 만큼 어리다. 우리는 말을 하고 살아야 하는구나. 이렇게 이전과는 남은 것 하나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고생했다.


잠시 머물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온 후 변화라면 변화이다. 짐에 휩쓸려 자리는 좁아졌지만, 마음 쓰고 있던 부분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사실 자체로 명확해졌다. 할머니 집에서 나오길 참 잘했다.



추석이다. 나의 추석은 점점 더 좁아지더니 마침내 세 모녀만 남았다. 도리는 모든 상황이 낯설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 공간을 살핀다. 도리에게 미안할 뿐이다.


  추석만 되면 선생님, 교수님, 친한 친구들에게 안부 연락을 건넸다.   간도 귀찮았던 적이 없지만,  해는 다르다. 조금 지친다. 다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그렇기에  번쯤은 쉬어 가는 나의 안부 연락 쯤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나는 나의 가족과 나의 안부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해는 충분하기에.



커다란 발코니가 있는 꼭대기 집. 잠시 머무른다고 할지라도 그 잠시 동안 이곳은 집이다. 마음 편히 누워서 잘 수 있는 곳. 다정하고 좋은 기억들만 가득 안고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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