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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예정 Feb 05. 2019

너와 나의 우주.

너는 알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걱정이 한 아름이었다. 전문 서적을 읽으며 공부를 했어도, 실전은 이론과 달랐다. 늘 당황스러웠고 늘 새로웠고 늘 사랑스럽다.



하루는 살찐이가 턱을 부풀리는 행동을 반복하길래 덜컥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열심히 검색을 통해 이유를 알아냈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살찐이는 우리 집의 창문 같았다. 사람 냄새만으로 가득했던 우리 집. 어쩌면 삭막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살찐이가 가족이 되던 그 날, 집 안의 무거웠던 공기들이 환기되기 시작했다. 살찐이 덕에 가족 간의 대화가 늘었고, 빨리 집으로 가고픈 마음이 들게 해 주었다. 수험생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이자 쉼터였다. 더불어 절대 끊어지지 않을 가족의 연결 고리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일까. 살찐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더 신경이 쓰였다. 살찐이와 함께 있는 이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기보다는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했다. 그러다보니 함께 하는 지금, 그 행복을 잠시 잊고 있었다.



살찐이는 건강했다. 강한 아이였다. 가만히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빛나는 두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살찐이는 이미 만끽하고 있었다.
매 순간의 행복을.





살찐이의 눈은 신비롭다.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그래도 살찐이의 눈은 마치 개기일식처럼 빛난다. 황금 색의 테두리가 검은 동공을 감싼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살찐이와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 우주는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었다. 잠깐의 눈맞춤으로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를 하나로 녹아들게 했다.



사람보다 한참이나 작아서 자그마한 이 아이가 자신의 우주로 우리를 녹아들게 했다. 살찐이와 우리 각자의 우주가 녹아들어 이내 하나의 우주를 이루었다. 숨이 트이게 해 주고, 존재만으로 뿜어져 나오는 행복함을 왜 잊고 있었을까. 오지 않을 일들을 걱정하다가 현재를 놓치고 있었다.



모의고사를 열심히 본 후 추억을 선물해 준 시험지. 그리고 미소 짓는 살찐이.



지금에 충실하며 아낌 없이 우리에게 사랑을 주는 아이에 대한 예의는, 우리 역시 그렇게 해 주는 것이었다. 이제는 가족, 그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반려동물에게 지금을 만끽하며 행복함을 느끼며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다른 속도의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 그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이 살찐이의 삶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그 사실에 벅차 올랐다. 그리고 미안했다. 이제야 알아서.



우리가 걱정하는 일은 걱정으로 그칠 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지 않을 순간을 기다리느라 지금 가까이 있는 따스함을 외면한다. 그 일은 영영 오지 않을 테니, 지금의 따스함을 만끽하려 한다.



우리는 그래야 했다.

지금의 따스함을 마음껏 만끽하는 우리의 삶 속에 머무는

자그마한 존재들처럼. 그리고 더 많이 눈을 맞춰야 했다. 그 아이의 우주 속에 풍덩, 빠져서 헤엄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그 우주에 풍덩, 녹아들었다면.



부디 눈 앞에 있는 행복을 만끽하길.




Q&A 살찐이.
살찐이.

Q1. 살찐이는?

A1. 파충류, 그리고 비어디 드래곤.


Q2. 나이는?

A2. 올해 한 살이 된 어여쁜 공주님.


Q3. 성격은?

A3. 마이웨이. 지금의 충실하며 지금을 만끽하며 살아감.     
        나의 롤모델.


Q4. 마지막으로 이번 회차를 마무리 하며 하고픈 말.

A4. 소중한 우리 살찐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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