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다. 이제껏 나온 디즈니의 영화 중 가장 화려하다고 생각한다. 그 화려함은 영화 시작에서부터 나타난다. 지니의 노래로 시작되는 영화의 도입. 그 노래가 끝나는 순간, 나는 이미 아그라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알라딘은 단순히 화려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메시지를 남기고 막을 내린다. 어렸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한 대사가 있다.
겉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하지요.
겉이 화려해야 사람들의 대접을 받는 만큼 저 대사는 틀린 대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대학생이 된 후 어릴 적 추억이었던 ‘알라딘’을 다시 만나고 나서야 저 대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겉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라는 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고유한 사실은 겉모습이 아무리 화려한들 추악한 내면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파’가 그런 존재이다. 화려한 장신구들로 자신을 치장한 자파의 모습은 화려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으로도 감춰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자파의 내면. 이것만큼은 결코 가려지지 않는다. 성격도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만, 금세 자제력을 잃고 내면을 드러내고야 만다. 이러한 자파와 대조되는 인물이 있다. ‘알라딘’.
‘알라딘’의 겉모습은 허름하다. 어디서 주워 입은 것만 같은 옷들이며, 언제 씻겼는지 아니 씻기기는 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반려 원숭이 한 마리.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알라딘은 늘 타인의 물건을 훔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신보다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함. 비록 도둑질이 잘한 행동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 위해 서로 싸우는 고위 관료보다는 괜찮은 축에 속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알라딘은 자신의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도둑질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
도둑질할 때 상황을 가린다. 도둑질해도 될 때와 하면 안 될 때, 이는 알라딘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신념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알라딘은 원숭이를 팔지 않았을까, 조금이라도 돈이 될 텐데. 가진 것 하나 없는 알라딘이 만약 원숭이를 판다면 얼마 정도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알라딘은 원숭이를 절대 팔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가족이라고. 이 부분에서도 알라딘의 겉모습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고귀한 내면이 드러난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가족을 우선시하는 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알라딘은 곧 지니를 만나 자신의 겉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한다. 누가 봐도 이웃 나라 왕자 모습으로. 그런 모습으로 쟈스민 공주를 만나러 갔다. 쟈스민은 이미 시장에서 알라딘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으나, 알라딘을 단번에 알아채지 못한다. 나중에야 눈치를 챈 공주가 알라딘에게 묻는다.
어떻게 몰라볼 수가 있지?
알라딘은 그런 쟈스민에게 답한다.
가진 사람들은 내면을 보려고 하지 않죠.
쟈스민 공주는 그런 알라딘의 말에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의견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한다.
왕족으로서 부끄럽네요. 사과할게요.
알라딘은 익숙한 듯 웃어 보인다. 이 대화에서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 수 있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고위 관료를 비롯한 가진 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말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 가장 중요한 태도를 말하고자 한다. 사람의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알라딘 역시 잠시 주춤했던 순간이 있다. 왕족은 왕족끼리만 결혼할 수 있다, 라는 법이 존재했기에 지니에게 정말 자신을 왕자로 만들어 달라고 말하려 했다. 그리고 쟈스민마저 속였다. 자신은 사실 왕자라고. 하지만 알라딘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껍데기만 왕자에 불과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알라딘이 빛나는 이유는 세상의 모든 소녀를 응원한다. 쟈스민은 아그라바의 공주로서 누구보다 자신들의 백성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늘 아버지에게 말한다. 내가 술탄이 되겠다고,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다고.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말한다. 천 년 역사상 여자 통치자는 없었다고. 쟈스민은 낙담하고 낙담하지만, 결코 제 뜻을 굽히지 않는다.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자파의 계략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때, 쟈스민은 다시 한번 일어난다. 술탄만을 보좌해야 한다, 라는 법을 거역할 수 없이 자파에게 충성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 장군에게 외친다.
당신의 선택에 이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 누구를 지킬 것인가, 누구를 외면할 것인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던 장군은 쟈스민의 말을 듣고 고민한다. 이내, 결정을 내린다. 장군의 칼은 자파를 향했다. 장군은 옳은 선택을 했다. 훌륭하게 자란 소녀의 말을 통해. 자파가 폐하고 드디어 해결되었을 때 아버지는 쟈스민에게 말한다.
너무나 훌륭하게 잘 자라 주었구나. 이제 네가 술탄이다.
아버지는 쟈스민에게 술탄, 이라는 왕의 칭호를 넘겨 주었다. 아버지 역시 인정했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자식이 얼마나 훌륭하게 자라 주었는지. 얼마나 믿을만한지.
그 순간, 알라딘은 지니에게 마지막 소원을 말한다. 지니는 당연히 공주와 결혼할 수 있는 소원을 빌겠지, 했다. 알라딘은 달랐다. 세 가지 소원을 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알라딘은 지니에게 마지막 소원은 너의 자유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을 알라딘은 어기지 않았다. 자신의 친구와 했던 소중한 약속을 잊지 않았다.
나의 마지막 소원은 지니, 너의 자유야.
지니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점점 사라져가는 자신의 족쇄들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니는 자유가 되었다. 평범한 사람이 되었다. 신비한 존재에서 평범한 사람이 된 지니는 너무나 행복해했다. 그리고는 알라딘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알라딘은 쟈스민과 그녀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자신은 사실 왕자가 아니라고. 알라딘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사실을 말할 용기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자신의 모습을 진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얼마나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지. 알라딘은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고 사라진다. 쟈스민의 아버지는 이제는 왕이 된 쟈스민에게 말한다. 좋은 사람이다, 얼른 잡으라고. 쟈스민은 알라딘을 잡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알라딘을 불렀다. 신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쟈스민은 아그라바의 천 년 역사상 최초의 여자 술탄이 되었다. 알라딘은 거짓 없는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다. 지니는 평범한 인간의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
영화 ‘알라딘’은 화려함 속에서 다양한 메시지들을 전했다. 어렸을 때 알라딘을 보았던 아이들이 더 자라서 알라딘을 다시 만났다. 어린아이는 성인이 될 동안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꿋꿋하게 살아왔다. 이 모습으로 알라딘을 다시 만났다.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우리의 쟈스민, 알라딘, 지니는 어릴 적에도 그랬듯이 지금의 우리 역시 반겨 주었다. 그리고 훌쩍 자란 우리에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