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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죠쌤 Feb 06. 2023

민원 업무 시 금기어 & 금기행동

죠쌤의 지방공무원 일상

지방 행정직 공무원이라면 민원대 근무는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다민원대 근무에 익숙해질 무렵 이런 말들이 툭 튀어나오게 되는데 그러면 선임이나 동료에게 핀잔을 받기 쉽다.   


오늘은 그래도 민원이 적네요.”

요즘엔 비수기인가봐요.”

비가 오니까 오늘은 좀 괜찮겠죠?”     


금기어를 말해버린 것이다서울이나 수도권 도심즉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면 이런 금기어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밖에서 민원인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가 직원들끼리 이런 멘트를 하는 순간사람들이 줄지어 민원실로 들어온다고 하니까     


그렇다면 민원대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금기 행동도 있을까경험상민원대 직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금기 행동은 이런 것들이었다     


*월요일/명절 다음 날 동료와 상의 없이 연가 쓰기

*중식 시간/휴식 시간 마음대로 늘려 쓰기

*통화나 개인 용무 등으로 자리를 자주 비우기     


물론민원이 적어 한가하거나 민원대에 근무하는 직원들 숫자가 많아 여유가 있는 곳이라면 융통성은 허용된다그러나 퇴근할 때 쯤이면 진이 빠져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 빡빡한 지역이라면 서로에 대한 배려와 매너가 필수다    

 

대체로 한쪽이 먼저 암묵적인 룰을 깨는 경우가 생긴다월요일에 민원이 폭주할 것을 알면서 금요일에 동료에게 저 월요일에 연가 쓸게요.”라고 통보한다그러면 통보받은 동료는 급한 일 아니면 다른 요일에 쓰면 안 되겠냐고 묻는다그때 내 연가 내 마음대로 쓰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식의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면 그 때부터는 전쟁 선포다서로 같은 날 연가를 쓰겠다고 싸우다가 팀장님까지 나서서 말리는 추한(?)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민원대 직원들끼리 사이가 안 좋은 곳의 소문을 들어보면 십중팔구는 연가휴식 시간자리 비우기 등의 문제다모든 직장이 그렇듯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와 공감이 중요하다특히 끝없이 밀려드는 민원 업무에 시달려 예민해진 직원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반대로 아름답고 바람직한 동료애가 꽃피우는 곳도 있다힘든 민원인을 접한 동료에게 나가서 쉬다 오시라고 휴식을 권유하거나몸이 안 좋은 동료에게 차를 타주는 등 배려를 보이는 직원들도 있다나도 신규 시절 민원대에 근무하면서 그런 좋은 선임과 함께했다당시 민원대에 달랑 나랑 그 선임 2명밖에 없어서 늘 바쁘고 힘들었다늘 민원인들이 줄 서 있으니 중식 시간 1시간을 다 채우고 오는 게 미안해서 밥만 부랴부랴 먹은 뒤 헐레벌떡 들어오면선임은 꼭 이렇게 말했다.     


자리에 앉지 마요나가서 1시간 다 채우고 와요명령이야!”     


선임 덕분에 커피 타임도 갖고 공원에서 산책 타임도 가지며 충분히 리프레쉬할 수 있었다정작 본인은 점심시간에 사무실 구석에서 김밥 한 줄로 때우고 바로 돌아와 나를 도와주곤 했다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사하다나도 시간이 지나 선임이 되었을 때 내가 받았던 배려를 후임에게 그대로 베풀려고 노력했다덕분에 다른 부서로 떠난 지 몇 년이 지났어도 당시 후임들과 연락하며 식사도 하는 사이가 된 것 같다     


민원 업무를 하는 근무자들 사이에는 금기어와 금기 행동이 있다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 똑같은 심리가 있다     


덜 고생하고 싶은 마음     


어디 가나 민원 업무는 힘들고 고달프니까소진되고 탈진하니까그럴 때일수록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면 우정이 빛을 발한다고귀한 인간성이 가장 빛나는 곳은 냉혹한 전쟁터라고 한다모든 민원 업무 종사자들이 소중한 전우들과 오늘도 승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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