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똑똑하고 빠르게 자료조사 하는 법

토론하기 전에 검색창부터 켜는 것은 논리가 산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by 이주승

토론이라고 하면, 대개 여러 사람이 특정 주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말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토론은 말을 매개로 이루어지며, 명확하게 말하는 능력이 기본이다. 하지만 토론에서는 단순히 말만 잘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한다.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말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토론 주제에 대한 자료조사가 잘 되어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자료조사가 '잘' 되어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자료를 오랫동안,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정보를 찾고 구조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료조사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주장과 반박의 흐름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선별하고 구조화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막상 토론에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고 하면 구조화는커녕 어디에서부터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익혀도, 짧은 시간 안에 더 정확하고 쓸모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검색창에 관련 키워드를 치는 것으로 시작하면 될까?

답은 '아니오'이다.


주제가 주어지면 곧바로 검색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 10분이라도 내 머리로 논제를 곱씹고 논리의 틀을 잡아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어떤 정보를 찾을지 기준이 생기고, 자료조사의 방향이 선다.


토론_생각정리.png


기본적인 논리 틀을 먼저 세워야 어떤 자료를 찾을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기준을 정할 수 있고,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이때는
1) 주제가 나온 배경은 무엇이고 왜 지금 이 주제에 대해 토론해야 하는지,
2) 청중을 설득하려면 무엇을 필수적으로 증명해야 하는지,
3) 이 주제와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는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토론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어떤 정보를 찾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걸러야 할지도 분명해진다.



만약 주제가 너무 생소하거나, 관련 지식이 거의 없다면 먼저 자료를 훑어보는 것도 괜찮다. 다만 이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20~30분 정도 제한 시간을 정하고, 논제와 관련된 배경 지식이나 기본 개념, 언론 보도, 정부 정책 등을 간단히 훑어보는 것이다. 시간 제한 없이 자료에 파묻히면 생각보다 훨씬 쉽게 방향을 잃는다. 인터넷의 바다는 끝이 없고, 정작 내 주장과 무관한 정보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주제에 대해 잠깐이라도 고민해봤다면 이제 인터넷 창을 켜도 좋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서 필요한 여러 정보를 다양하게 조사하고, 학술 자료 사이트에서 제목과 키워드 중심으로 조사하고, 법률 확인이 필요하다면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자.


1. 검색을 정확하게 하는 법을 숙지하자.


사람마다 선호하는 검색 엔진 서비스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인터넷 검색 엔진은 네이버보다 구글을 추천한다. 비교적 광고 없이 원 자료를 더 잘 보여주고 수집하는 자료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광고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고 그 아래 자료를 보여주는 식으로 정보를 배열하여 신뢰도가 높은 정보를 찾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


단, 이때에도 예외는 있으니, 토론 주제가 지나치게 전문적인 주제라거나, 원 자료를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된다면 네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상식사전, 용어사전 등 청소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차 가공된 정보가 네이버에 많기 때문이다.


그럼 구글에서 검색할 때는 무엇을 알면 좋을까? 고급 검색 방법을 알면 필요한 정보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다음 세 가지 방법만 알아도 더 효과적으로 토론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1) 해당 문구가 정확히 포함된 결과만 찾고싶다면, 큰따옴표(“ ”)로 핵심 키워드를 감싸기

예) 소년법 폐지 vs. “소년법 폐지”

Tip! 특정 사안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처럼 한쪽의 입장만 찾고 싶다면 “소년법 폐지 반대” 등으로 해당 입장까지 큰따옴표로 감싸서 검색하자.


2) 특정 사이트 내에서만 검색하고 싶다면, 키워드 site:사이트명으로 입력하기

예) 소년법 폐지 site:www.kbs.co.kr → KBS 보도만 검색

예) site:go.kr → 정부 자료만 검색

여기에서 'site:'를 제외하고 사이트명만 입력해도 된다.

Tip! 주제별 권위 있는 잡지나 학술지 사이트를 대상으로 설정하면 양질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3) 특정 형식의 파일만 검색하고 싶다면, 키워드 filetype:확장자로 입력하기

예) 청소년 인터넷 중독 filetype:pdf

Tip! 보고서나 연구 결과 위주로 정보를 찾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은 방법이다.


2. 구글만으로도 부족하다면 논문 검색 사이트를 활용하자


초심자도 학술 자료를 잘 찾을 수 있도록 유료 사이트나 복잡한 사이트를 모두 제외하고 기초적인 두 가지 방법만 살펴보자.


1) 구글 학술 검색 (https://scholar.google.co.kr/)

구글 검색 엔진처럼 간단하게 학술 자료를 검색할 수 있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큰따옴표로 감싸기’ 등 위에서 다룬 고급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원하는 논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2) RISS 학술정보연구서비스 (http://www.riss.kr/index.do)

무료 자료가 많아 일반인도 자료에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이트이다.


토론을 준비할 때는 학술논문을 활용하여 나의 입장을 지지하는 근거를 찾으면 설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효율적으로 논문을 찾기 위해서는 논문 제목, 초록・키워드만 읽어보고 관련 없는 것은 빨리 넘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핵심은 모든 논문을 다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자료를 선별해내는 것이다. 동시에 영어로 글을 읽을 수 있다면 영어 키워드로 검색하면 훨씬 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정책・법률 관련 주제라면 국가법령정보센터를 활용하자 (https://www.law.go.kr/)


토론에서 사실 확인을 위해서 찾아보면 좋다. 특히 정책의 세부사항과 여러 대안 간 효과를 따져야 하는 정책토론에서 관련 법령이나 자치법규를 찾는 데 유용하다. 법령 확인이 필요하다면 법률명 등을 검색창에 입력하고 해당 법률명을 잘 모르겠다면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면 된다.


소년법_법률센터.png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년법' 검색 후 화면


또한, 법을 찾아볼 때는 법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헌법 > 법 > 시행령 > 시행규칙 순으로 효력을 가지며 구체화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헌법: 최상위의 법 규범

법률: 국회가 제정

시행령(대통령령): 법률의 세부 사항

시행규칙(총리령,부령): 시행령의 세부 규정


이 구조를 토론에 적용하면 토론을 준비할 때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률만 훑는 것이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까지 살펴봐야 주제와 관련한 현 상태와 맥락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4. 생성형 인공지능은 똑똑하게 써야 한다.


최근에는 ChatGPT, Perplexity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료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낯선 주제나 초반 정리 작업에서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도구들을 대충 명령해도 정확한 결과물을 내는 똑똑한 비서처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인공지능은 자율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지시받은 만큼만 작동한다. 질문이 모호하면 답도 모호하고, 질문이 구체적이면 훨씬 정제된 정보가 돌아온다.


핵심은 도구를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도구에게 얼마나 정확하게 요청할 수 있느냐다. 일 잘하는 사람이 결과물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상대방에게도 무엇이, 어떤 형식으로, 왜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에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형식의 자료가 필요하고, 어떤 관점으로 정리되며, 어떤 근거를 포함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지시할수록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면, “SNS 중독 알려줘”라고 명령하는 것보다 “청소년 SNS 중독 문제에 대한 찬반 논거를 비교해줘. 정책 대응 사례와 보건복지부나 00 기관의 보고서를 포함하고, 가능한 경우 출처 링크도 함께 제공해줘.” 등으로 명령해야 한다. 실제로는 두 번째 명령어보다 더 구체적이고 여러 조건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질문이나 명령을 잘 던져도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논문, 통계, 법률명 등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처 확인, 교차 검증, 재검색은 필수이며, AI는 논리 설계를 보조하는 도구일 뿐 최종 판단은 토론자의 몫이다.




자료조사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모으는 일이 아니다. 설득력은 정보를 얼마나 잘 선별하고, 논리에 맞게 구조화하느냐에서 시작된다. 검색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 단 10분이라도 내 머리로 논제를 곱씹고 논리의 틀을 먼저 세운 뒤,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보자. 그 짧은 준비가 결국 논리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온택트 시대 비대면 발표・토론 잘하는 법 6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