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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Worldwide Aug 12. 2022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야

줄어드는 독자에 대처하는 작가의 자세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여전히 책 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우려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연간 종합 독서율’(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중 한 가지 이상을 읽거나 들은 비율)은 성인이 47.5%(4.5권), 학생은 91.4%(34.4권)였습니다. 이는 2년 전(2019년)에 비해 성인 8.2%(3권), 학생 0.7%(6.6권)가 감소한 수치라고 하네요. 책과사회연구소가 2021년에 실시한 <코로나19와 읽기 생활 변화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48.8%)이 코로나19 이후 ‘읽기 시간’이 증가했고 종이책 독자도 10%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한국사회의 독서율을 올리기에는 코로나19도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아래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년 넘게 국내 독서율은 꾸준히 하향세를 그려왔습니다.


연도별 성인·학생‘독서율’ 변화 추이(단위: % /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반면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듯싶습니다. 제가 활용하고 있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와 자가출판 플랫폼 <부크크>만 봐도 그런데요. 2015년 6월 카카오가 선보인 <브런치>는 7년여 만인 올해 2월, 등록 작가수가 50,000명을 돌파했고, 이들 중 2,900여 명이 4,600여 권의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보다 한 해 전인 2014년 광복절에 설립된 <부크크>는 2022년 8월 12일 자 기준으로 20,900여 명의 작가가 25,300여 권의 책을 펴냈고요. 출판시장이 갈수록 한정된, 아니 점차 줄어들고 있는 파이를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먹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는 기준은 ‘생각’과 ‘사회성’입니다. 인간은 고유한 능력인 사고(思考)를 토대로, 타인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관계를 형성합니다. 특히 문자는 인간만이 활용할 수 있는 소통 매개체로, 문자를 조합해 단어를 만들고,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쓰고, 문장들을 모아 글을 완성합니다.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한, 문자를 통해 내면의 생각을 외부로 표출하고 타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가 사라지긴 불가능하겠지요. 미국의 흑인 여성작가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의 말처럼, 우리 안에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작가들의 미래에는 먹구름만 끼게 되는 걸까요? 저는 ‘뭣이 중헌지’부터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취업시장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하지만, 십수 년 전 제가 직장을 구할 때도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장도 100:1이 훌쩍 넘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었지요. 이는 제가 어마무시한 천재여서가 아닙니다. 작게는 운도 작용했고(예컨대 제가 원하던 시기에 공개채용이 이루어졌던 것 말이죠), 무엇보다 그 당시 채용과정에서 필요로 했던 요건들이 제가 가진 경험 및 역량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쟁률 자체보다, 내가 해당 직장에서 원하는 것을 충분히 제공할 만한 사람인지의 여부였습니다. 마케팅에서 지겹도록 강조하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대한 기호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전 세대는 신문, 책, 편지 등 ‘텍스트’에 익숙했지만, 현세대는 유튜브, 틱톡 등 ‘동영상’과 친숙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국가, 지역, 민족, 세대가 함께하고 있으며, 각각의 사회/정치/경제/문화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매체도 차이가 있기에 여러 소통 수단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은 예로 라디오가 있죠. 2011년 제36차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라디오의 중요성을 알리고, 방송 제작자들 간 네트워크 및 국제협력을 증진하고자 ‘세계 라디오의 날’(World Raido Day)을 지정했습니다. TV, 인터넷 등 신흥 매체를 생각하면 라디오는 20세기 초반에 융성했던 구식 매체로 생각될 수 있지만, 라디오 방송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지나 전장 등에서 재해, 위급 상황을 전달하는 데 있어 라디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책 또한 인간이 문자를 사용하는 이상 역사 속으로 쉽사리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2022년 ‘세계 라디오의 날’ 기념 배너(출처: unesco.org)


결국 작가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줄어드는 독서율과 늘어나는 작가수가 아닌, 스스로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큼 독창적이고 요긴한 콘텐츠를 창출해낼 수 있는가입니다. 앞서 언급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책을 읽는 목적에 대해 질문했을 때, ‘새로운 지식과 정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생각해 보아도, 꼭 필요했던 책이 오래전에 절판되고 중고책이 원가의 5배 이상이었지만 저는 기꺼이 비용을 할애해 그 책을 손에 넣었습니다. 정보와 매체의 홍수 속에서 ‘뭣이 중헌지’를 아는 것, 이것이 현시대의 작가에게 필요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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