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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Worldwide Sep 02. 2022

기후시민의 마음속에 다각도의 방벽 세우기

『아주 구체적인 위협: 유네스코가 말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달라진 일상』

『아주 구체적인 위협: 유네스코가 말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달라진 일상』(2022, 동아시아)


제가 근무하는 곳은 ‘유네스코’라는 약칭으로 잘 알려진,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의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연합국 교육 장관들이 영국 런던에 모였고, 교육 재건과 세계평화를 위한 국제기구를 창설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후 1945년 11월 16일, 영국 런던에서 37개국 대표가 함께 「유네스코 헌장」(UNESCO Constitution)을 채택하면서 유네스코가 탄생하게 되었지요.


헌장(憲章)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국가 혹은 기관, 단체, 비영리기구 등에서 어떠한 사실에 대해 지키려고 정한 규범’입니다. 법과 같이 강제적 구속력, 처벌성을 지니지는 않지만, 헌장은 이를 만든 주체의 정체성, 활동 방향, 존재 가치를 구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근간입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다”라는 「유네스코 헌장」의 전문은 유네스코가 탄생한 배경과 존재의 이유를 기막히게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차례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으면서 세계 평화에 목말라 있었던 인류는 세계 평화는 정치, 경제, 군사  물리적 힘이 아닌,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에 기초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유엔 전문기구로서, 국제협력을 통해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을 정립하게 됩니다. 입사 후 근무지와 업무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면서, 저는 유네스코를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구”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SF 작가인 켄 매클라우드(Ken MacLeod)는 “당신의 마음을 변화시켜 문제를 바꿔라”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실용서적이 끊임없이 발간되는 것을 보면,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지난한 동시에 모든 문제 해결의 시발점임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인간의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을 세우고자 하는 유네스코는 지난 70여 년 간 다양한 국제사회 이슈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떻게 하면 인류의 마음을 움직일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왔습니다. 지구 공동체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이슈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응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유네스코는 생태계 위협과 같은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 훼손, 불평등 심화 등 사회・윤리적 관점에서 기후변화를 조망하고 인류의 관심과 참여를 증진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유네스코가 2017년 「기후변화 윤리 원칙 선언」(Declaration of Ethical Principles in relation to Climate Change)을 채택하고, 2019년 ‘변화해야 하는 것은 기후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Changing minds, not the climate!)이라는 제목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펴낸 것을 봐도 알 수 있지요.


유네스코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기후변화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노동, 건강, 교육 등 실생활의 여러 측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후부정의’라는 윤리적인 문제를 낳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시민, 즉 ‘기후시민’은 이러한 기후변화의 다면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실천해야 합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개최한 <유네스코 기후변화 수요 토크>는 유네스코의 관점을 십분 반영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국회의원 보좌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자, 교사, 연구자,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가 개인의 일상적 삶에 가하는 ‘아주 구체적인 위협’을 식량, 노동, 교육, 건강, 주거 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시민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올해 9월, 한 권의 책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저도 단행본 발간 작업단의 일원으로 참여했고요.


『아주 구체적인 위협: 유네스코가 말하는 기후위기 시대의 달라진 일상』에는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닌,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지구를 만들어나가고 싶어 하는 시민들의 관심사와 의지가 함께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제7장을 제외한 각 장 앞부분에는 해당 장의 주제와 관련된 예화들이 실려 있는데요. 이들 예화는 기후위기가 각자의 일상과 밀착되어 있으며,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측면들이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함께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 문제를 아주 구체적이고 나와 가까이 있는 위협으로 인지하고, 다채로운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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