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비 Apr 19. 2023

미국에서 집밥 먹는 일상

올해로 보스턴에 온 지 2년 차.


남편은 박사를 마치고 포닥 연구원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런 남편을 따라 퇴사 후 어렵사리 입학한 대학원을 1년만 마친 채 휴학하고 왔다.


이곳 생활도 점차 익숙해지고 우여곡절 끝에 아기도 생겨 현재 임신 20주 차다.


그런데 요즘 남편이 유독 기운이 없어 보인다.

연구가 잘 안 풀리는지 스트레스를 곧 잘 받는 것 같다.

내가 대신 연구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 역시 답답하다.


남편은 원래 체력이 약한 편이라 이 부분도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다.

일이 고단해도 체력이 받쳐주면 조금은 버틸만한 법이니까.


남편에게 당장 온라인에서 홍삼을 주문해서 먹으라고 강력하게 권고한 후

그는 어제저녁부터 홍삼 스틱을 열심히 먹고 있다! (열심히 쪽쪽 먹는 것이 귀엽다)   

내 편에서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일단은 그의 입맛에 맞는 밥을 해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열심히 3첩, 5첩 반찬으로 음식을 해주곤 했는데

요즘에는 탄수화물이 당겨 주로 파스타 같은 서양식 일품요리로 상을 차릴 때가 많다.

하지만 그리 영양식단은 아닌 것 같고 남편이 슬슬 려하는 것 같아 어제부터 열심히 한식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23/04/17 저녁_현미밥/미역국/두부조림/계란찜/김/토마토 양배추 샐러드


23/04/18 저녁_현미밥/어묵국/닭강정/계란찜/김치/김/토마토 양배추 샐러드


매번 국을 끓이고 여기에 서너 가지 반찬을 내려니 손이 많이 가긴 한다. 그래도 나름 1시간 컷으로 선방 중이다...  스스로 미슐랭 식당 알바라고 체면을 걸며 속도를 내려고 노력 중이다... :)


그나저나 요즘 계란찜은 여러 의미로 나의 최애 반찬이다. 계란말이는 다소 번거롭고 계란프라이는 어쩐지 허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계란찜은 만들기도 쉽고 남편이 볼 때 뭔가 있어(?) 보여서 나에게는 아주 기특한 메뉴다. 반찬 가짓수 채우기 딱이다 :) 계란과 대파 (+기타 야채), 물만 풀어 넣고 대충 간만 맞춰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리면 끝!


아무튼 남편 덕분에 나 역시 요리하기 귀찮은(?) 한식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서 함께 먹으니 속도 편하고 영양분도 더 섭취하게 되어 좋기도 하다.


어제오늘 밥과 반찬을 모두 싹싹 비운 남편을 보니 내심 뿌듯하다. 앞으로 더 부지런히 집밥 해줄 테니 부디 남편이 남은 포닥 기간 조금 더 기운을 차리길...


4개월 후 다가올 출산과 육아 전쟁은 조금 나중에 생각하려 한다... 하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