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름은 결국 같은
심연을 부른다.

형상 이전의 자리, 이름 이전의 숨

by 데브라


사람들은 시대마다
각기 다른 언어로 우주의 근원을 노래했습니다.


선도에서는
만물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한 심연을 화허(和虛)라 불렀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 텅 빈자리에서 모든 형상이 잉태됩니다.


불교에서는 그 심연을 공(空)이라 했습니다.

공은 허무가 아니라,
아직 형태가 붙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여백입니다.


서양에서는
혼돈에 의미를 부여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를 로고스라 불렀습니다.

또 형상이 나오기 전의 무규정성을
카오스(Chaos)라 명명했습니다.


현대 물리학은
그 누구와 상의하지 않았음에도 비슷한 말을 전합니다.


제로 포인트 필드.

겉보기엔 비어 있으나
사실은 무한한 에너지와 가능성이 숨 쉬는 자리.


다른 언어로 설명했지만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형상이 만들어지기 전,
이미 모든 것이 숨 쉬고 있는 자리.”


다음 글에서는
그 바다와 ‘우리 존재’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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