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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Aug 14. 2024

25. 유럽 직장인의 휴가

한국과는 다른 유럽의 휴가

직장마다, 직종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우선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의 대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나는 현재 유럽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근무하게 되어 유럽으로 이동하면서 주변인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유럽에서는 휴가를 얼마나 받는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에게 유럽은 복지에 후한 이미지가 강렬하기 때문에 많이들 물어보는 듯하다.


유럽 역시 한국과 다를 바 없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함에 따라 연차를 부여받는데, 나는 한국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5년 차 직장인 수준의 임금과 휴가를 받는다. 나는 올해 총 21일의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데, 21을 5로 나누면 약 4주가량의 휴가를 받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일 12시간 근무로 주 3일만 출근하기 때문에 21을 3으로 나눠 7주의 휴가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병원에서 나는 3년을 근무했었다. 3년간 휴가는 거의 사용할 수 없었고, 연말이 되면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돈으로 받기 마련이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특성상 설이나 추석 명절 혹은 연말, 연초에도 쉴 수 없었기 때문에 되돌아 생각해 보면 드물게 3일을 연속으로 쉬는 것이 전부였고, 그 마저도 연속된 근무가 있었어야 3일을 쉬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도 앓아누워 3일을 보내기가 일쑤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는 한 3년간 가장 길게 쉬었던 건 고작 4일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유럽이나 미국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면 결혼을 하는 방법뿐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었다.


현지로 이동해 근무를 시작해 보니 원하면 내가 신입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휴가를 신청할 수 있었다. 일례로 내가 입사하기 전 미리 계획된 일이 있어 해외를 잠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있어 휴가를 사용해야 했었다. 입사 2주 차에 매니저에게 미리 휴가사용에 대해 물어보니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휴가 신청 노트에 기록해 두면 된다고 이야기해 주었을 뿐 아무것도 묻지 않았었다. 그렇게 아무도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혼자서 눈치를 보며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므로..) 휴가 신청 노트에 원하는 날짜를 신청했고,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 간혹 병동의 사정으로 혹은 휴가 신청이 많이 겹칠 경우 부득이하게 휴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데, 그 역시 다른 근무자와 근무를 바꾸는 것이 매우 자유롭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날에 나 대신 근무를 해줄 사람을 구하기만 한다면, 매니저를 통해 근무를 몇 번이고 제한 없이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조정이 유연하다. 마음만 먹으면 첫 주에 월화수를 근무하고, 그다음 주에 금토일을 근무하는 식으로 목금토일 월화수목 8일을 휴가 사용 없이 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조금씩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럽 현지인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익히 한국의 근무환경 및 긴 노동시간에 대해 미리 알고 가끔 내게 물어볼 때가 있다. 언젠가는 나도 한국의 노동환경에 대해 설명할 때 부러움의 눈길을 받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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