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병원의 근무
대부분의 한국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주 5일, 주 40시간 근무제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하루 8시간씩 근무를 하게 되는데 (물론 근무표에는 나와있지 않는 오버타임은 덤이다), 아침에 근무를 하면 오전 7시부터 3시까지, 오후에 근무를 하면 오후 3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밤에 근무를 하면 저녁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근무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버타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17화를 참고하길 바란다. 17화, 7시에 출근해 3시에 퇴근하기: https://brunch.co.kr/@decemberineu/23)
하지만 유럽의 병원은 근무체계부터 시스템이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처럼 주 5일을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주 3일을 근무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 3일을 근무하는 만큼 한국과는 달리 8시간이 아닌 12시간을 근무하여 2교대로 인수인계를 한다. 12시간 근무의 장점은 내가 인계받은 사람에게 인계를 또 주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인계가 간소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8시간을 근무하고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때보다 여유롭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그리고, 연달아 일하는 가장 긴 근무가 3일이다 보니 최대 2-3일을 일하고 쉬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적다. 또, 주 3일 출근인 만큼 주 4일은 온전히 휴일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의 경우 5일을 연달아 일하고, 하루를 쉰 후 다시 3-4일을 연달아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대로 단점은, 아무래도 12시간을 근무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한다. 특히나 일이 바쁜 경우에는 그 부담이 더하다. 또, 근무시간이 길다 보니 한국과는 달리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친구를 만난다던지 등의 다른 개인적인 일정을 추가하기가 어려워 근무일은 온전히 업무에만 하루의 모든 시간을 쏟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풀타임으로 근무를 하기 때문인데, 각자의 사정으로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주 1-2회 혹은 한 달 1-2회로 근무를 하기도 한다. 파트타임 간호사들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정직으로 근무하는 한국과 비교해 근무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훨씬 수월한데, 한 달에 한 번씩 다음 달 근무표에 원하는 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근무신청표가 공유되면 원하는 날짜에 근무를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원한다면 한 달 치 근무를 내가 원하는 대로 미리 짜서 신청할 수도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은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는 경우 이번 주 월화수에 근무를 하고, 목금토일+월화수목 총 8일을 쉬고 다음 주의 금토일 근무를 할 경우 연차를 소진하지 않고도 쉽게 8일의 휴일을 만드는 식으로 하여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가 좋다. 게다가, 휴가를 3일만 사용하더라도 1주일 휴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경우에는 연 21일의 휴가가 있어 몰아서 사용한다면 2달 가까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이렇게 근무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외국인 간호사들은 유럽현지에 본인과 배우자만 있는 경우에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에 부담이 적다고들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듣고는 했다. 그리고, 원하는 경우 쉬는 날에 다른 병원 혹은 직장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쉬는 날이 많다 보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