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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Jul 31. 2024

23. 유럽병원에 입원하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 -2

유럽병원에 입원하면 알아야 할 것들

그 후 환자는 입원생활을 시작한다. 밤 동안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밤근무를 하는 간호사만을 만나고, 잠에 든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식당 스태프들이 환자의 병실에 방문해 환자에게 원하는 음식이 있는 지를 묻고, 아침을 준비해 준다. 한국과는 다르게 정해진 식단표에서의 메뉴를 주는 게 아닌 메뉴판에서 메뉴를 그때 그때 선택해 음식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다. 보통 환자들이 많이 먹는 건 소시지와 에그 스크램블, 스테이크, 감자튀김, 샌드위치 등 한국의 병원과는 조금 다른 메뉴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식사를 끝내면 HCA가 방문해 필요한 것들이 있는 지를 묻는다. 보통 수건을 더 요청하거나 침대시트를 갈아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리너가 병실을 청소하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환자들이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최근 이슈가 되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날씨 혹은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입원할 때 꼭 챙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족사진 혹은 반려동물의 사진이다. 주로 탁상에 놓거나 혹은 벽에 붙여두기 때문에 활발한 성향의 환자들은 종종 나를 붙잡고 사진 속의 가족들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또, 만약 환자가 25세 미만일 경우에는 전담 간호사가 주 1-2회 방문해 심리상태를 살피기도 한다. 대부분 중년의 여성 간호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통은 환자들의 이름을 줄여 부를 정도로 친화력이 대단하다. 요즘은 뭘 하고 지내는지, 병동생활은 어떤 지, 힘든 점 혹은 치료 상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는지 역시도 엄마처럼 다정하게 대답을 해주는 데, 이 역시 전담 간호사가 환자를 방문하기 전과 후에 환자의 담당 간호사와 면담을 통해 서로에게 그 내용을 공유해 좀 더 섬세하게 환자에게 접근을 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한국처럼 엑스레이 사진 등을 찍을 때에는 방사선과 스태프들을, 주차증과 같은 서류들이 필요할 때에는 병동마다 한 명씩 근무하는 병동 사무원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병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물리치료사들을 만나 안전하게 운동을 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유럽 현지의 특성상 가톨릭 신도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종교인들 역시 매일 방문해 함께 기도를 하기도 하고, 최근 고민등을 나누며 심리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한국과는 같으면서도 또 다른 시스템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병원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한국과의 문화차이를 느낀다. 병원생활이 고되고 힘든 것은 한국인이든 유럽인이든 그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병원 시스템들이 환자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곳곳에 그물망처럼 스태프들을 배치하여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의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환자에게도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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