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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cember 디셈버 Jul 24. 2024

22. 유럽병원에 입원하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 -1

유럽병원에 입원하면 알아야 할 것들

병원에 환자로 입원을 하게 되면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병원에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먼저, 입원과 퇴원에 관련된 업무를 봐주시는 원무과 직원분들이 있다. 각종 개인정보들을 전산에 입력해 환자의 정보를 관련 의료진이 볼 수 있도록 해주시기도 하고, 퇴원 시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해 주시기도 한다. 그렇게 입원절차를 걸쳐 병실에 입원을 하게 되면 의료진을 만날 수 있다. 보통 간호사, 의사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외에도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또, 병원생활과 관련된 업무를 도와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병원식당의 영양사와 조리사, 청소미화원, 시설관리원 등이 있다. 사실 이외에도 환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분들이 병원에 큰 역할들을 묵묵히 해나가고 계신다.


유럽의 병원 역시 비슷하고 또 다르다. 먼저 입원이 결정되면 간호매니저 (한국의 수간호사)와 연락을 통해 언제쯤 입원을 할 지에 대해 확인하고, 또 간단한 안내를 유선상으로 나누게 된다. 그 후 환자는 병동으로 바로 입원하게 되는데, 담당 간호사를 바로 만나 입원절차를 밟게 된다. 사실 담당 간호사를 바로 만나기보다는 먼저 HCA(Health care assistant, 보조인으로 한국의 간병인 및 간호조무사와 비슷한 일을 한다.)를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환자는 먼저 HCA에게 간단한 병동 안내를 듣게 된다.


예를 들어 식사는 언제쯤 나오는지, 쓰레기통의 종류에 따라 무엇을 버릴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 설명을 간략히 해준 후, 보통 차나 쿠키를 가져다주는데 함께 온 가족이 있다면 가족의 차도 함께 준비해 준다. 만약 환자가 식사를 거르고 왔다면 간단한 오트밀죽 혹은 토스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환자는 짐을 정리하고 차를 마시며 병실을 둘러보는 도중 담당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와 다시 한번 병동생활에 대한 안내를 해주고, 입원 절차를 밟게 된다.


한국에서는 환자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키와 몸무게를 재고, 재빠르게 입원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처음 입원환자를 받았던 날 어서 병실로 가 입원절차를 밟고자 이런저런 일들을 서둘러하고 있는 나를 보고 한 선배 간호사는 "서두를 필요 없어. 환자는 이미 병원에 입원해서 모든 것이 낯설 거야. 차를 마시면서 진정할 시간을 조금 주자."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식사 때를 놓쳐 입원을 하는 경우에는 보통 동행한 보호자에게 요기할 거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의료적 처치를 하기에 바빴던지라 환자를 내 눈으로 직접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채로 기다리는 것이 나름대로는 고역이었던 기억이 난다.


담당 간호사와의 입원절차가 끝나면 의사와 만나 한 번 더 입원면담을 하게 되는데, 한국과는 다르게 현지에서는 간호사가 아닌 의사가 환자의 과거병력을 확인하고, 현재 먹는 약들을 확인해 약사에게 전달한다. 전달받은 약사는 환자에게 필요한 용량 및 용법에 맞게 환자가 투약을 잘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하고 의료팀에 노트를 남긴다.


한국에서는 환자의 과거병력 및 수술력을 내가 확인하고, 의사가 그 후 한 번 더 확인했었다. 그리고 환자가 가지고 온 모든 약물을 내가 직접 찾아 어떠한 약인지 노트를 만들어 의사에게 전달했었다. (물론 약국에 약물을 전달해 분석을 의뢰할 수 있었지만, 보통 다음 날 분석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혹시나 중요한, 그날 저녁 혹은 다음날 아침까지 걸러서는 안 되는 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간호사가 직접 약물을 찾아내 노트를 만들었었다. 하지만 현지에는 이러한 절차들이 정해져 있어 첫 입원환자를 받고는 왠지 일을 하다가 만 것 같은 느낌에 괜히 간호기록만 두어 번 더 살펴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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