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by Late Realizations

요즘 사람들은

무언가를 멈추는 순간

설명을 먼저 꺼낸다.


아직 묻지 않았는데도,

아직 판단하지 않았는데도

이유부터 말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서요.”

“조금 쉬어가려고요.”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에요.”


말들은 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멈춘 상태를

그냥 두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건

멈춤 자체가 아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견디지 못하고

계속 의미를 붙이려는 데서

피로가 생긴다.



설명이 빨라질수록

시간은 더 불안해진다.


이 시간이 허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할 것 같고,

이 멈춤이 퇴보가 아니라는 걸

미리 밝혀야 할 것 같아진다.


그래서 아직 오지도 않은

다음 단계를

말로 앞당긴다.



나는 요즘

설명이 느린 사람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멈춰 있지만

급해 보이지 않는 얼굴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도망치고 있지는 않은 사람들.


그들은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이라기보다,

그냥 그 시간 안에

머물 줄 아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쩌면 멈춤은

설명해야 할 상태가 아니라,

지나가면 되는 구간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그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너무 빨리 말을 붙여왔을 뿐이다.



혹시 지금

아무 설명도 하기 싫은 시간이 있다면

그걸 굳이

다른 말로 바꾸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어떤 시간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도

충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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