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늦게 시작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부터
늦게 시작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스무 살에 방향을 정하고
삼십이 되기 전에 자리를 잡는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결국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다.
그런데 나는 늘
어딘가에서 한 번씩
삶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내 삶에는
처음 시작하는 순간들이
유난히 많다.
어떤 일은
중간에서 끝났고,
어떤 계획은
시작하기도 전에
무너졌고,
어떤 시간들은
지나고 나서야
무엇이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조금 늦게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이 이미
어느 정도 지나온 것들을
나는 한참 뒤에야 이해한다.
돈이 무엇인지,
시간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
사람이 왜 떠나는지,
삶이 왜 그렇게 쉽게
흔들리는지.
어떤 것들은
설명으로는 이해되지 않았고
결국 겪은 뒤에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미 한참 앞서간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막 신발 끈을 묶는 기분.
처음에는
그게 꽤 괴로웠다.
왜 나는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까.
왜 나는
한 번에 잘 살아내지 못하고
자꾸 돌아오게 될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된 것도 있다.
늦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늦게 시작하는 사람만이
가지게 되는 것이 있다는 것.
한 번 무너진 뒤에
다시 시작하는 사람은
속도를 믿지 않는다.
대신
방향을 오래 본다.
한 번 돌아온 사람은
성공보다
무너지지 않는 선택을 더 오래 생각한다.
그래서 늦게 시작하는 사람의 삶은
어쩌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조금 늦게 출발하지만
조금 더 오래 생각하고,
조금 늦게 배우지만
조금 더 깊게 이해하고,
조금 늦게 걷지만
다시는 같은 곳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이 질문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다.
나는 언제부터
늦게 시작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어쩌면 나는
늦게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삶은
어쩌면
그렇게 여러 번 시작하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