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의 불안

by Late Realizations

사람은 가끔

멈추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속도를 내려놓고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순간.


하지만 막상 그렇게

잠시 멈춰보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분명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작은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물론 사회가 주는 압박도 있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느낌.


그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어떤 불안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내 안에 오래 자리 잡고 있던

나로부터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괜히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건지,

이 시간이 낭비는 아닌지,

내 삶이 멈춰버린 것은 아닌지.


사람은 이상하게도

고요 속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그렇게 편안해하지 못한다.


고독을 은근히 즐기는 나조차도

가끔은

타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집 앞 편의점이라도 다녀오게 되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다시 바빠지고,

다시 속도를 올린다.


그러면 그 불안은

잠시 잠잠해진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그 불안은 정말

멈췄기 때문에 생긴 것일까.


어쩌면 그 불안은

멈춰 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달리고 있을 때

많은 것들을 보지 못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그렇게 서두르고 있었는지,

지금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그런 것들은

속도 속에서는 흐릿하게 지나가지만

멈추는 순간

갑자기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달리면서는 스쳐 지나쳤던 장면이

멈추고 나서야

잔상처럼 남아 있는 것처럼.


그래서 사람은

고요 속에서 불안을 느낀다.


불안은

멈춤이 잘못되었다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멈추는 순간이 찾아와도

예전처럼 서둘러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

그 고요 속에 머물러 보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멈춤 자체가 아니라


고요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요한 순간

잠시 멈춰 있는 당신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지금 당신 안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한번 들어보라고.


그 감정의 소리가

두려움이든,

흥분이든,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이든.


그 순간을

조금은 다채롭게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잠시 멈춰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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