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조금 늦게 깨닫는 편이다.
어떤 일들은 그 순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을
나는 한참 뒤에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나는 항상 조금 늦을까.
어떤 사람들은
일을 겪는 순간 바로 알아차린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하지만 나는
그때는 잘 모른다.
그저 그 상황 속에 있다가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그 장면이 정리된다.
늦게 깨닫는다는 건
그런 느낌에 가깝다.
어떤 일의 의미가
그 순간이 아니라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예전에 한 번
어디에도 갈 수 없고
시간이 거의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곳에
잠시 머물러 있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고
시간은 이상할 정도로 천천히 흘러갔다.
그래서인지
그때 처음으로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구나.
그전까지는
시간이 그냥 지나가는 것에 가까웠다.
하루가 가고
한 달이 지나고
몇 년이 흘러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하루라는 시간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내가 어떤 시간들을 살아왔는지
조금씩 돌아보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그저 흘러가던 시간들이
그 순간에는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그때 처음으로
시간이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늘 조금 늦게 깨닫는 사람이었다.
어떤 것들은
겪는 순간이 아니라
한참 뒤에야 의미를 알게 된다.
그래서 아직도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늦게 깨닫는다는 건
조금 돌아서 이해하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가끔 한다.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생각이
정말 내가 늦게 깨달은 사실인지,
아니면
이미 조금 늦어버린 내가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인지,
가끔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