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나는 꽤 많이 돌아다닌 사람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 유럽과 중동, 그리고 몇몇 낯선 도시들에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사람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달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다 비슷하다는 것.
문화와 방식이 조금 다를 뿐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들도
버티며 살아가는 방식도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어딘가 더 멀리 가야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미 꽤 많은 길을 돌아다녀 봤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는
꽤 먼 길을 돌아왔다.
누군가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듯
그렇게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깊이 생각하지 않은 선택들을 지나오다 보니
어느 순간 여기까지 와 있는 것에 가까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 중에는
굳이 돌아가지 않아도 될 길들도 많았다.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조금만 더 멈춰봤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보다
그저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래서 돌아보면
돌아다닌 시간만큼이나
돌아온 시간도 꽤 길었다.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한 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뭐지.
그 질문을 시작한 이후로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어딘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돌아보니
꽤 많은 길을 돌아다녔고
꽤 먼 길을 돌아왔고
지금은 그 시간을 정리해 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정답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길이
어느 정도는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