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평화를 찾았다고 느낀 곳 '아이들 모먼츠'
서교동 '아이들 모먼츠'라는 카페를 알게 된 건 2015년 7월이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출근하기 전날이라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idle moments'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여기 이름처럼 여유로운 시간 보내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그날 카페 책장에서 집어 든 책을 읽다가 불안이 잠잠해졌던 경험은 큰 재산이 됐습니다. 덕분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던 걱정을 잠재우고 다음날 무사히 출근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게 괜히 고맙다고 느껴져서, 여기 들를 때마다 커피를 두세 잔씩 연거푸 마시기도 했습니다. 사실 의무감 때문이라기보다 제가 몸에 열이 많아 시원한 음료를 많이 마시는 편이기 때문이지만요. '이렇게 좋은 공간이 오래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자주 들르고 싶었습니다.
일단 카페에 가면 커피와 음료를 많이 마시고 오래 있고 싶은데, 기왕 그럴 거면 책을 읽자 싶어서 갈 때마다 주로 책을 들고 갔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아이들 모먼츠에서 읽은 책이 꽤 늘었습니다. 카페의 편안한 분위기 덕분이겠죠. 늘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도 마음을 끌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퇴근길에, 일하다가 지쳤을 때 찾기도 했습니다. 주말이나 연휴의 마지막 날을 보내려고 들르기도 했어요. 작은 카페에서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나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머릿속이 복잡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하거나 우울증이 심해져 쉴 곳을 찾을 때도 아이들 모먼츠에 갔습니다.
제게는 '일상에 마련한 작은 피난처' 같은 공간이었죠. 카페 앞의 은행나무가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내다가 잎을 틔우고, 그 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걸 보면서 시간이 흐르는 걸 느끼곤 했습니다.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던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구절처럼요.
어느덧 이 카페를 처음 들른 것이 2년째가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이들 모먼츠는 얼마 전 문을 연 지 3년째가 되었다고 하네요. 우울하고 불안하던 시기에 저에게 작은 평화를 준 공간이기에, 정말 고맙다는 생각을 하며 자주 찾게 되는 카페입니다. 제가 여길 언제까지 방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나 아이들 모먼츠가 잘 운영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도 더 오래 이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