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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Nov 21. 2019

우울증 앓고 3년째 겨울, 항우울제 그만 먹게 됐어요

정신과 다닌 지 3년 10개월, 드디어 약 복용을 중단하기까지

2019년 11월. 2016년 초부터 우울증을 앓기 시작해 어느덧 3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3년 10개월 동안 정신과에서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증상은 서서히 나아졌습니다. 나아지던 도중에 다시 심해져, 줄여가던 약 복용량을 다시 늘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느리게나마 완화되곤 했고, 이제는 드디어 약을 복용하지 않고 상담만 받으면서 상태를 지켜보는 선까지 도달했습니다.


하루하루가 형벌 같아서 괴롭고, 죽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날을 돌아보면 '꿈이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나는 여전히 쉽게 침울해지고, 일상의 울타리를 두드리는 '새로운 사건'을 겪으면 곧잘 불안해집니다.


항우울제 복용을 끊게 됐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완전히 밝은 성격으로 바뀐 것도 아닙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아 상담을 받기 전에도 그러진 않았으니까요. '우울'하지 않아서 '행복'해졌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대답해야 할 겁니다. 살면서 겪는 감정은 '우울한 것'과 '우울하지 않은 것'으로 갈라서 나누기엔 너무 다양하니까요.


이제 세상이 밝은 곳이라 생각하게 됐냐고요? 그건 아니지만...

다만 이제 전보다는 나 자신을 덜 미워하게 됐습니다. 안 좋은 일을 겪을 때 나를 비난하며 자책하는 습관도 조금은 줄었습니다.


우울을 느끼지 않게 된 것도 아니고, 불안함이 불현듯 삶을 덮쳐올 때도 있습니다. 다만, 우울과 불안이 삶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고 조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쨌든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 끝에 마침내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우울한 감정이 다시 찾아와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으면 먹되, 안 먹고 지내보기로 한 겁니다. 3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요.


다행히 우울증이 심해지던 2016년 1월에 운동을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른 브런치 글에 썼듯이 스쿼트를 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우울한 감정이 들 때마다 헬스장에 가서 덤벨과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게 머릿속을 비우는 데 좋았습니다.


정신과 선생님은 "보통 우울증이 심해지기 시작하면 술이나 담배에 빠지기 쉬운데, 운동을 시작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라고 해주시더군요.


아직 우울증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비유하지만, 우울증은 육체로 앓는 감기처럼 어느 순간 씻은 듯이 낫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물론 두렵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우울증 약을 먹지 않아도 정말 괜찮을까, 상담을 끝내는 날이 와도 내가 혼자서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아직도 가끔씩 찾아옵니다.


그래도 이젠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내가 미처 겪어보지 않았던 슬픈 사건과 힘든 일은 앞으로도 벌어질 테고, 그때마다 나는 다시 우울해지거나 불안에 빠질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이젠 버텨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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