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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Nov 18. 2019

옆 차가 쌍욕을... 보복운전, 이렇게 신고했다

운전 중 도로 위에서 들은 폭언, 신고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운전 중 옆 차가 쌍욕을... 보복운전, 이렇게 신고했다


2019년 11월 17일 일요일 오전 11시, 운전하던 도중 도로 위에서 쌍욕을 들었습니다. 북부간선도로 석계역 방면이었는데요. 차선 변경이 느렸다는 이유로 뒤에서 오던 이사업체 트럭 운전자가 차창을 내리고 삿대질을 하며 “씹O끼야! 운전 똑바로 해, 개O새끼야”라고 외치더군요. 어찌나 우렁찬 목소리던지 순간 락 콘서트 무대를 현장에서 체험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운전 중 다른 운전자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면 안 됩니다.

제가 올해 면허를 따서 9개월째 운전 중인 초보운전자라 운전이 서툰 편입니다. 그래서 주변 차량이 보기엔 답답할 때도 있을 겁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수차례 다시 재생해 본 결과 사고가 날 상황도 아니었고(당시에도 그런 판단을 했습니다), 상대 운전자가 크게 흥분해서 욕설을 한 건 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전하다 보면 다른 차량 때문에 화가 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화가 난다고 해서 다른 운전자에게 욕설, 폭언을 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란 점입니다.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할 권리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누군가 화가 날 정도로 운전을 한다면 위반사항을 신고해 공권력에 처벌을 요구해야겠죠.


'블랙박스에 다 남아 있겠지' 했는데... 아뿔싸


최근 뉴스 기사에서 ‘도로 위 욕설’도 보복운전 처벌 사례에 해당한다고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여러 사건으로 보복운전이 사회적 이슈가 돼 처벌이 강화됐다고 들었어요.


따라서 차창을 내려서 상대방에 나도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식으로 맞대응하지 않고, 조용히 현장을 떠나 나중에 경찰 등에 신고하기로 했습니다. 블랙박스에 영상이 촬영됐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 시간 넘게 운전해 귀가한 후 블랙박스에서 sd카드를 꺼내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차량을 중고로 구매한 후 블랙박스를 마음먹고 확인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블랙박스 설정이 ‘음소거’ 상태였습니다... 이전에는 틀림없이 음성 녹음도 되는 걸 확인했는데, 무언가 잘못 눌러서 설정이 바뀌었나 봅니다. 미처 몰랐네요.


물리적 폭력이 가해진 건 아니었고 욕설을 들은 게 피해의 전부였는데... 이대로는 아마 신고해도 처벌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던 중, 후방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보니 해당 트럭이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제게 삿대질하고 욕설을 한 뒤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면서 교통 흐름을 방해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을 함께 업로드하면 더 분명하게 상황이 보이겠지만, 앞-뒤 차량 번호판과 앞 유리창에 비친 제 전화번호 때문에 사진만 올립니다. 영상 모자이크를 하지 못해서요ㅠㅠ)

가까이 오더니 차 창문을 내린 후 삿대질을 하며 욕설 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경찰청 SMART 신고'로 간단하게 신고하세요


이런 부분을 종합해 보면 처벌까지 가지 못할지라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신고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앱 스토어에 접속해서 경찰청 사건 신고 어플 ‘경찰청 SMART 국민제보’를 다운로드하였습니다.


'경찰청 SMART 신고' 애플리케이션 화면. 보복운전이나 난폭운전도 신고 가능합니다.

이 앱에서는 성폭력,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 불법 촬영, 스토킹, 교통위반 등을 항목별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사건 발생 장소와 시간, 날짜를 적고 사건 내용을 작성하면 됩니다. 필요하다면 사건에 관련된 사진과 영상도 5개 정도로 첨부할 수 있습니다.


신고한 이후에는 접수, 처리 과정을 어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신고한 교통위반 - ‘보복운전’의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신고 접수는 어렵지 않습니다. 사건 발생장소와 시간을 적고 사진과 영상 등을 첨부하면 됩니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찾아낸 보복운전 가해 트럭의 번호판이 선명하지 않아 차량 번호를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네 자리 번호는 보였지만, 그 위 ‘서울OO’ 두 자리 숫자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이 때문에 담당 경찰인 해당 지역 경찰서 교통과 손OO 경장은 “조회 결과 위반차량이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아서 처벌이 어렵다고 알려왔습니다.


신고 사건을 접수한 수사관의 답변. 신고 당일 접수됐음을 알려왔다.

앞서 사건을 접수한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김OO 수사관은 “하차하지 않고 제보해주신 점은 잘하셨습니다”라며 “욕설만으로 난폭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답변을 남겼습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부분은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전파 가능성이 인정되어야 성립한다네요.


결국 욕설을 한 차량의 번호판을 기억하지 못했고, 블랙박스 영상이 흐려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욕설이 제대로 녹음되지 않아 증거 영상이 되기엔 어려웠습니다.


신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답변. 차량 번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처벌이 어렵다고 알려왔다.

다만 이번 일을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신고, 사건 접수, 처리 과정을 알게 됐습니다. 이 과정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일을 겪는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폭언 당사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에 신고 처리만으로 재발 방지가 이뤄지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이사 업체에 전화해 “직원이 회사 업무 차량을 탄 채로 다른 차량에 욕설을 하진 말아야 하지 않나, 앞으로는 이러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감정적으로 따지려 들지 않으려 하면서, 차분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해당 차량 번호판 네 자리를 알려주며 “해당 직원이 같은 일을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하시면 어떨까 한다”라고 말하는 차원으로 통화했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거겠죠. 저도 앞으로 더 능숙한 운전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모두 안전운전하시고, 부디 다른 차량에 보복운전은 절대 하시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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