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이다.
우리 민족이 해방을 맞이한 지 80년이 되고,
10여 일 동안 쉬는 추석연휴로 설레던 2025년도
달력 두 장만이 남았다.
시간이 흐름이 참 빠르다.
한 시간 단위로 흐르던 시간이
어느새 하루 단위로 지나가더니
이제는 일주일 단위로 흐르는 느낌이다.
다행히도 아직 한 달, 한 해 단위로 지나치지는 않는다.
나에게도 시간이 더디게 흐르던 때가 있었다.
특히 대학에 입학한 첫 해에는 정말 시간이 더뎠다.
입시에 쫓겼던 고등학교 시절이 지나고
무한한 여유가 주어지던 그때는 촌각(寸刻)이 일 년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주일 단위로 시간이 흐른다.
어려운 보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리는 기대라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또 한 살을 먹는다는
인생 숙성(熟成)의 관점에서는
마냥 좋지만은 않다.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무엇이든 이루는 것 없이
나이만 먹어간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언제부터 시간의 흐름이 이렇게 빠르게 느껴진 것일까?
왜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것으로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살아가면서
역할이 많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어려서 유년기의 역할은 딱히 없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굳이 역할이라면 그 정도의 역할이었다.
초등학교에서 들어가서도
주어진 역할은 잘 노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학생이라는 역할이 분명하게 생겼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그때 역할은 두 가지, 학생과 아들이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부모님의 아들이 나의 역할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내가 사회물을 먹은 것이 아니니
그 역할은 변함없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역할이 덧붙여지기 시작한다.
혼인하면서, 부모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지금 나의 역할은
남편, 아빠, 아들, 담임교사, 겸임교수, 브런치스토리 작가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라고 하니 괜히 부끄러워진다. 활동을 더 많이 해야겠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주어진 역할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 중년의 내 나이는
인생에서 가장 역할이 많을 때다.
사람은 하나인데,
역할은 대여섯 개니,
그 역할을 다 하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그렇다고 그 역할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너무나 고마운 역할이기에.
더 나이가 들면
하나둘씩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적어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애달프다.
아니 지금 빨리 지나가는 시간에
더욱 감사하고 싶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역할의 방(房)을 더욱 꽉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