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역사교육론 오케스트라

김한종, '역사교육강의', 책과함께, 2024

by deckle edge
KakaoTalk_20251226_012455712.jpg 김한종, '역사교육강의', 책과함께, 2024


중등교사 임용시험(공식 명칭은 중등학교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역사 과목을 준비하거나, 준비해 본 사람 중에 김한종 교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임용시험 과목에 ‘교과(역사) 교육론’이 있는데, 김한종 교수는 역사교육론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분이실 것이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강의하시면서(2024년 정년퇴임하셨다) 논문과 책을 정말 많이 쓰셨다. 나는 직속 제자 인연이 없어서 교수님 강의를 학부에서 듣지는 못하고, 1급 정교사 연수 때나 학회에서 강의를 접할 수 있었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글로 읽는 편이 더 재미있다. 교수님의 글은 단순 명료하고, 확실하며, 막힘이 없고, 논점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군더더기가 없다. 그렇다고 강의가 엉망이라는 게 아니라, 육성 강의보다 글이 낫다는 평(評)이요, 강의를 곱씹으면 씹은 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말할 것이 없다.


이 책은 김한종 교수가 정년을 맞아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약한 것이다. 450쪽에 조금 못 미치는 분량으로 정리하기에 교수님의 연구는 폭과 범위가 너무 넓다. ‘역사적 상상과 역사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날에 한 권을 더 출간한 것은 괜한 것이 아니다[교수의 박사학위논문이 역사적 상상을 다룬 것이다. ‘역사학습에서의 상상적 이해’(1994)].

책에는 역사교육론에 관하여 참으로 다양한 범주를 다루었다. 연구자 한 사람이 역사교육론을 모두 서술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역사교육의 성격, 역사적 사고와 같은 역사교육론의 철학적 범위부터 역사교육의 내용 선정과 조직, 역사 수업 주체로서 역사 교사의 지식, 사회적 기억을 바라보는 역사교육의 관점과 태도 등 현실적인 문제까지 다루었다. 역사교육론의 존재론부터 현실을 바라보는 실재론까지 연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결정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개념학습’을 다루면서 ‘이상형(ideal type)’을 소개할 때, 나의 논문을 인용하지 않은 점이 개인적으로 못내 아쉽다(149~151쪽). 이상형이 ‘실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개념’이라고 하셨는데, 첨언(添言)하자면, 이상형은 마냥 허구적인 ‘관념’이 아니다. 역사가는 이상형을 만들 때 ‘실재(실제로 존재한 사실)’를 바탕으로 ‘실제(허구가 아닌 현실에 바탕을 두는 것)’적 과거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상형은 역사가가 자신의 '가치 관념(value-orientation)'으로 과거를 바라본 인식 체계이자, 표현한 과거에 관한 이미지(image)이다. 여하튼 내 공부가 아직 부족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더욱 연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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