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의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게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 인)는 호모 사피엔스와는 별개의 종(種)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호모 사피엔스로 단계적으로 진화했다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약 400만 년 전, ‘인류’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이후 여러 인간종이 출현해 진화하고 멸종하기를 반복했다. 운 좋게도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아 진화의 끈이 오늘날 우리에게로 이어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스라엘 출신의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쓴 유명한 책 『사피엔스』를 통해 우리에게 크게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베스트셀러(많이 팔린 책)이자, 스테디셀러(꾸준히 잘 팔리는 책)이며, 이제는 ‘고전(古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반열에 오른 책이다. 역사에 관한 조금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읽어보시길 바란다. 다만, 책이 조금 두껍다. 636쪽이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벽돌책’이다.
약 20만 년 전에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그 명칭에 걸맞게 다양하고 세밀한 도구를 사용하였고,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지혜롭게’ 살아남아 나름의 문화를 일구었다. 참고로, 만주와 한반도 일대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는 우리나라 구석기 시대는 약 70만 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구석기 문화를 처음 이룬 것은 시기적으로 볼 때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종이다. 다만, 만주와 한반도 일대에서는 약 1만 년 전부터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보므로, 신석기 문화를 일군 것은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로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주먹 도끼를 만들며 사냥하던 인류=호모 사피엔스’라는 등식은 반드시 들어맞지 않는다.
사피엔스가 이룬 가장 독특한 문화는 ‘농경’과 ‘목축’이다. 이를 고고학자 고든 차일드(Gordon Childe)는 ‘신석기 혁명(Neolithic Revolution)’이라고 했고, 이해하기 쉽게 ‘농업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씨를 뿌려 곡식을 재배하고, 짐승을 길러 식량이나 옷으로 활용한 동물종은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 곡식을 재배하려면 일정 기간 같은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정착한 인류는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고, 점차 공동체를 확대하며 부족을 이루었으며, 부족 사회는 이후 등장하는 국가 조직의 중요한 구성 단위가 된다. 국가는 다른 공동체와 구분되는 문화를 이루어 경쟁적으로 성장한다. 경쟁은 전쟁과 타협을 낳고, 그 결과 새로운 국가와 문화가 태어난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일군 독특한 현상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남이 아닌 ‘우리’다. 앞으로 어떤 현상을 이룰지는 우리의 관심과 의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