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by deckle edge

나의 어릴 적 꿈은 한의사였다.

중학생 때 이은성 작가님의 소설 '동의보감'을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을 드라마화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곧 MBC에서 '허준' 드라마가 나왔다. 이순재 배우님과 전광렬 배우님이 등장하는 인기 드라마였는데, 소설만큼은 아니었지만, 짜릿한 재미를 주었다. 제 집 옆에 효험 있는 약초가 있어도, 무지하여 병을 달고 사는, 끝내는 병으로 제 삶마저 포기해야 하는 백성들을 구제하는 허준은 조선의 화타요, '의성(醫聖)'이었다.

그러나 나는 수학과 과학을 못해서 한의대에 들어가지 못했다(어디 수학, 과학뿐이었겠는가...).


가끔 내가 한의사가 되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작은 한의원을 개원해서 몇몇 간호사를 두고 경영을 하겠지.

환자를 진맥하고, 건강상담을 하고, 침을 놓고, 한약을 처방할 것이다. 내 아내와 자식들, 부모님께는 철마다 좋은 보약을 해드리고, 수시로 침을 놓아드려 원기를 돋아드렸을 테다.


그러나 다시 냉정하게 생각하면, 겁 많은 내가 침을 놓을 수 있으려나 싶고, 내 심정과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환자를 잘 대할 수 있으려나 싶고, 간호사와 유대관계를 잘 맺으며 한의원을 원만하게 경영할 수 있으려나 싶다.


어릴 적 꿈은 그저 꿈일 뿐 인지. 적어도 나는 한의사가 아닌 지금의 역사교사가 더 나은 것 같다.

그래도 가끔 한의원에 가면 입구부터 나를 맞이하는 구수한 한약 냄새와 살짝 매콤한 뜸 내음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 특유한 편안함이 벌써부터 내 심신을 치유한다.


그래! 꼭 한의사가 되어 한약 향기를 맡지 않으면 어떠랴.

한의원에 종종 들러 치유받으면 되는 거지.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꼭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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