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을 결심하고 다시 신은 운동화
축구를 좋아하다보니 따로 런닝을 하지는 않았었는데 그래도 아내와 연애할 때 한번씩 마라톤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축구도 안하고 우울증이 찾아오면서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활동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을 제대로 직면하고 병가를 쓰면서 치료에 전념하고자 다시 런닝을 시작하였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동네 호수공원 한바퀴를 딱 돌면 3km가 조금 안되어 20분정도 걸렸습니다. 그런데 전문의 선생님께서는 최소 30분 이상 런닝할 것을 권유하더라구요. 그래서 말씀대로 10분을 더 추가해 30분씩 달리는 걸로 수정하였습니다. 런닝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하고나면 참 뿌듯하고 좋은데 하기 전에 왜 그렇게 귀찮은건지 '그냥 오늘 쉴까?' 이 고민을 수십번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 입에서 오늘 쉬자는 말보다 아내의 입에서 오늘 쉬고싶다는 말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럴까?"라며 배달음식을 주문하며 먹으면서 뭐 볼지를 바로 이어서 머릿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건강하고 우리 몸에 이로운 것들은 하기전에는 하기 싫지만 하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이더라구요. 반대로 우리 몸에 해로운 것들은 하기 전에는 하고싶고 기대가 되지만 하고나면 뭔가 찝찝하고 오히려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하는 것들이고요.
예를들어 '런닝' vs '밤에 야식 배달시켜먹기'
런닝을 하기전에는 하지않을 온갖 핑계들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일이 너무 빡세서 에너지가 없어..' '날씨가 꾸리꾸리한데? 비가 올 것만 같아' 등등. 하지만 런닝을 한 날 하고나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땀도 뻘뻘 흘리는 내 자신이 뿌듯하고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집에와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샤워하고 나와서 마시는 냉수 혹은 캔맥주 첫잔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죠.
밤에 야식 배달시켜먹기는 먹기 전에 얼마나 행복해요? 오늘 고생한 나에게 이 정도 보상은 해줄 수 있지!라며 오늘 땡기는 메뉴 간편하게 배민으로 주문해놓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뭐볼지 고민하는 시간마저 행복하죠. 그리고 음식이 도착하고 도파민 터지는 컨텐츠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그래 이게 행복이지'라며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다음 날 출근해야 되는데.. 이건 또 언제 다치우지...? 에이 몰라 그냥 대충 치워놓고 내일 설거지해.' 다음 날, 아침 '아 머리아파..' '아 설거지 한가득 쌓여있네..' '아 어제 너무 많이 먹었나 속이 더부룩하네' '아 지각이다 빨리 준비해야지 후우..'
모두 다 저같지 않겠지만 공감되시는 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런닝을 하다보니 잡생각이 들고 걱정이 많을 때 런닝만한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명상도 시도해보았지만 명상도 만만하게 볼게 아니더라구요. 런닝은 운동화만 신고 밖에 나가기만 하면 되고 가볍게 준비운동 후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런닝을 하다보면 호흡이 가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살기위해 호흡에 집중하면서 다른 잡생각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심장박동이 뛰는 걸 느끼면서 나 살아있구나를 은연중에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는 손을 갖다대지 않는 이상 심장이 뛰고있다는 느낌을 받지않는데 런닝을 하고나면 심장박동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런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거기 때문에 누구한테 통제받지않고 내가 가고싶은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조직에 속해 있다보면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싶은대로만 할 수 없고 눈치를 보기도 하고 상사의 통제도 당하게 되는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저는 좋더라구요. 성인이 되면서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를 뼈저리게 깨달으면서 런닝에서 만큼은 내 마음대로 달리고 싶은대로 내가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게 매력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