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by Decret

"영수동 512-17번지, 202호.. 콜라 1 디핑소스 추가"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우도에서 처음 스쿠터를 탔다. 한여름이었는데 손목 스냅만으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참 좋았다. 그렇게 오토바이의 매력에 빠져 돌아와서 알아본 알바는 피자헛 라이더. 오토바이의 위험성은 익히 들었지만 한 번 맛을 본이상 위험성은 관심밖이었다. 그리고 그 재밌는 스쿠터를 타면서 '돈까지 번다고? 개꿀~' 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만해도 배달의민족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개꿀이었다. 라이더 대기하는 공간에서 주문이 없을 땐 죽치고 다른 알바와 노가리까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주소지 확인하고 기사 배정 후 사이드 메뉴들 추가로 챙겨서 출발해서 갖다주면 끝. 누가 빨리 갔다오라고 하지 않아도 괜히 빨리 빨리 다녀오고 싶은 승부욕이 있다. 그리고 동일시간 대비 배달건수가 그 라이더가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녀왔는지의 척도가 된다.


진짜 바쁜날은 50건 가까이 찍기도 한다. 라이더는 시급과 별개로 배달건당 +400원을 더 받았다. 그래서 많이 배달한만큼 월급도 늘어난다. 하루에 50건하면 20,000원을 더 받는 것이다. 업무가 단순하면서도 돈도 많이 벌고 지금까지 해본 알바중 너무 편한 알바였다. 대신 목숨을 담보로 해야하긴 한다. 아무리 안전운전 하더라도 도로위에서 어떤 시한폭탄을 마주칠지 모르기에 사고 한번 나면 자동차에 비해 오토바이 운전자는 정말 심하게 다친다. High Risk, High Return.


배달을 하다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하게된다.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혼자사는 사람들. 간혹 학교나 학원에서 단체주문도 있다. 그 중 혼자사는 집에서 주문건은 꺼려진다.그 이유는 눈갱과 코갱을 당할 때가 있다. 특히 혼자사는 남자들의 경우가 빈번하다. 빤스바람이나 웃통 깐 채로 나오기도 하고 특유의 홀애비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난다. 그래서 어느정도 일하다보면 영수증에 적혀있는 주소만 봐도 대충 '아 이 사람 그 사람인데..' 느낌이 온다. 그래도 뭐 어쩔수 없이 가야되긴한다.


또 기억에 남는건 모텔에서 주문한 경우다. 낮밤 상관없이 모텔이라는 공간에 들어가면 특유의 엄숙한 복도 분위기가 있다. 낯 부끄러운 일도 벌어지는거 아닌가 싶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그냥 배달 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묘한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문이 하나 들어왔다.


"영수동 512-17번지, 202호.. 콜라 1 디핑소스 추가"


깔끔한 신축 오피스텔 2층. 벨을 누르고 한 여성분이 나왔다. 피자를 전달드리고 계산을 하는데 현금을 준비하셨다. 금액에 딱 맞게 지폐랑 잔돈까지 맞춰서 준비해주셨다. 그 모습이 뭔가 귀여워보였다. 잔돈을 건네는 중에 동전 한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동전을 주워서 계산을 다 마치고 문을 닫았다.


다시 가게로 돌아가는 길에 그 모습이 여운에 남았다. 그리고 배달하면서 공동현관 출입을 위해 전화통화했었던 번호로 퇴근 후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까 피자배달했던 기사인데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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