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배터리와 돈의 공통점
포항에서 임장을 마치고 ktx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입석이다 보니 좌석에 앉지 못하고 기차 연결부위 칸에 선채로 로버트 기요사키의 <페이크>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역무원이 지나갈 때 한 아주머니가 혹시 기차에 충전할 수 있는데 없는지를 여쭤봤고 역무원은 화장실 칸 안에 전기 콘센트 위치를 알려줬다.
하지만 그 콘센트는 충전기를 꽂아도 충전이 되지않았다. 책을 읽고 있었지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아주머니께 이야기했다.
보조배터리 빌려드릴까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아이고..미안해서.."라는 말씀을 하셨다. 덥석 "네! 빌려주세요" 라고 하기에는 민망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 더 "필요하시면 빌려드릴게요!"라고 물으며 빌려드렸다. 내 핸드폰은 배터리가 충분했고 보조배터리도 여유있게 남아있었다. 아주머니의 배터리는 5%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서울에 도착하면 지인한테 연락받기로 했다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 20%까지 충전을 하고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보조배터리를 돌려주셨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건 그 자체로 나에게 보상이 된다. 거기에 감사하다는 말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보조배터리가 있어도 내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해서 나 충전하기에도 빡빡한 상황이라면 내가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줬을까? 아마 속으로 안타까워하면서도 어쩌면 내가 저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있었을 것 같다. 혹은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설령 돕고싶은 마음이 가득해도 내가 달리 해 줄 수 있는게 없다.역으로 나는 그 분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꼈다.
먼 타지로 가서 1박2일 임장을 하고, 와이프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에도 선 채로 책을 읽고 있었다.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내심 나도 앉고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는데 그날 처음 본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못 보게될 아주머니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면서 그 순간 그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서 있던 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보조배터리가 돈에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경제적 여유를 달성하고 이 글을 다시 꺼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