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미안해 아빠

by Decret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 (너를 너무 사랑해)

대화가 필요해


-바닐라 어쿠스틱, 대화가 필요해 가사 중에서-


내 나이 29, 1년 재수를 하고 그 이후로는 휴학 한번 하지않고 스트레이트로 대학원까지 달려왔지만 30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동네 친구들은 아버지 사업을 같이 하는 친구도 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서 공무원이 된 사람도 있고 회사에 들어가 벌써 2년차 직장인들도 있다. 일하면서 번 돈으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결혼을 논하기도 한다. 반면 나는 여전히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게 해주셔서 고마우면서도 한 편으로 죄송스런 마음이 컸다. 나도 하루 빨리 취업해서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면접을 무사히 마쳤다.


서류 전형부터 인적성 시험을 거쳐 최종면접까지 장정 3개월에 걸쳐 대기업 취업을 위해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중간 중간 합격소식을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괜한 기대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서류 합격해도 인적성 시험에 떨어지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기가 싫어서 서류 합격 소식을 부모님께 얘기하지 않았다. 인적성 시험에 합격해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기가 싫어서 인적성 합격 소식을 얘기하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가는 것도 숨긴 채로 정말 최종 합격이 됬을 때 그 때 합격했다는 소식을 부모님께 들려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면접은 아침부터 머리도 손질해야 되고 정장도 입어야 해서 얘기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면접 본 다음 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부모님의 질문 공세가 시작됬다.

父 : 면접은 몇분이나 봐? 30~40분 보나?

子 : 아니 한 10~15분 봤어

父 : 잘 봤어?

子 : 몰라~

父 : 면접 때 뭐 물어봐?

子 : 아 제발 그만 물어봐줘....

父 : 가족끼리 그런 것도 못 물어봐?

子 : 이러니까 내가 엄마아빠한테 안알려줄라고 하는거야 나한테 그게 다 부담이라고

父 : 가족끼리 그런 속깊은 대화할 수도 있는거지...

子 : 아 내가 언제 안하겠데? 내가 소식있으면 카톡으로 얘기하자나!

父 : 알았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이후 아빠는 뭔가 심란한 표정으로 묵묵히 밥을 드시고 평소처럼 거실 소파에서 TV를 보시지 않고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자마자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온다...(내 본심은 이게 아닌데)

면접보러 갈 때 아빠가 닦아 주신 구두 신고 면접을 봤는데....(그저 합격되고나서 말씀드리고 싶었고 좀만 묵묵히 기다려줬으면 했는데)

TV 속에서 수많은 부모님과의 갈등 사연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나도 TV 속의 사연처럼 빨리 돈벌어서 미래에 효도하겠다며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