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운동도 잘하고 있고요. 친구도 잘 만나고 청소도 잘하고 있어요. 감정 기복은 심
했고, 가끔 죽고 싶기도 했지만 아, 죽고 싶다는 건 진짜로 죽고 싶다는 건 아니에
요. 라고 하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힘들다는 거죠? 나는 네, 라고 대
답한다. 병원에 오기 전 분명 잘 지내고 있다는 말만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솔직하게 털어놓고 만다. 선생님이 입고 있는 흰 가운에는 어
떤 힘이 들어있나? 나는 가만히 의사 선생님 눈을 들여다보았고, 비즈니스적인 따
스함을 보았다. 다행히 서연씨 상태가 심한 건 아니에요. 관리 잘하면서 사는 게 중
요하고 약을 잘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하는 말은 계속 들어왔던 조언이었다. 나는 한 달 동안 내가 나에게 했
던 일들을 떠올린다. 나는 나를 잘 관리했나? 그 관리라고 하는 게 뭐지? 의사 선생
님은 친절하게 말해주면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 어서 이 지긋지긋한 우울이라는 병
을 떨쳐내고 싶었다. 약은 평소처럼 드릴게요. 나는 학생처럼 네, 라고 대답하며 자
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약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약을 기다리면서 떠오르
는 생각이 있다. ‘비정상.’ 나는 비정상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인스타를 켠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주욱 내리면 많은 사람
들이 나오는데 대체로 잘난 사람들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뿜어내는 빛을 보다가
가만히 눈을 깜박인다. 저렇게 되고 싶다. 나는 비정상을 뛰어넘어 어떤 봉우리에
올라서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게 속물근성일 수도 있겠지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
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기력과 우울로 뒤범벅인 상태였다. 나는 핸드폰을 끄고, 잠
자리에 든다. 남들보다 멀쩡하게 살고 싶다. 남들보다 정상에 서고 싶다. 나는 왜
정상적으로 살 수는 없는 걸까. 왜 그곳으로 가지 못했나.
내 질문에 상담 선생님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정상이라고 하는 건 아주 좁아요. 만
약 1부터 100까지 있다면 사람들이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범위는 40에서 70 사이
정도죠. 만약 이 범위만이 정상이라면 처음과 끝 쪽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나는 상담 선생님의 말에 따라 머릿속으로 그래프를 그리고 양옆으로 잘
려버린 그 사람들은 생각한다. 정상이 아니라고 단정 지어져 버린 사람들. 그리고
나도 속해있는 그 집단.
서연씨는 정상이라는 게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건강하고 돈 많이 버는 거요. 선생
님은 말한다.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번다는 건 ‘상태’에 불과해요. 돈을 적게 벌 수도
있는 거고, 많이 벌 수도 있는 거죠. 그때 머릿속의 그래프가 바뀌기 시작한다. 중
심으로 들어가지 못한 꼬리와 꼬리들이 흐물흐물해지더니 하나의 물고기 형상이
되어갔다. 내가 지금 허우적거리고 있는 끝의 집단. 그 바다에서도 숨 쉬는 물고기
들이 있다. 그리고 그 물고기들은 행복할까?
이 질문에는 내가 답할 수 있다. 내가 이 주제로 쓰기 위해서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
으니까 말이다. 내가 행복한 순간은 엄마 집에서 자고 일어났을 때이다. 나는 엄마
집의 작은 방에서 일어나서 음식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히 주무
셨어요.’ 그 말을 하면 엄마는 내가 어린아이 같다며 무척 좋아하고 나도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행복해졌다. 그리고 엄마에게 비정상에 대해 물었다. 나는 병원을 다
니고 음악 치료를 다니는 게 ‘정상’이 아니라서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자 엄마는 국자를 휘휘 저으면서 말한다. 엄마도 정상은 아니잖아. 엄마도 한쪽 눈이 안 보여서
의사가 장애 등록하라고 했는데 안 했어. 그런데 봐봐. 잘살고 있잖아. 나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면서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잘살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
렀다. 나는 현재 여전히 정상이 아니고, 엄마도 남들이 모르는 장애를 안고 있지만
엄마와 나의 아침은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