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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10. 2024

브런치에 올리지 못할 이야기

작가님 덕분에 깨달은 솔직한 뒷담화

블로그와 브런치. 둘 다 품고 갈 것인가 하나를 놓고 갈 것인가로 며칠 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둘 다 안고 가자였다. 브런치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서다. 


그분의 블로그도 정보성 블로그는 아닌 것 같았다. 브런치에 블로그와 비슷한 글들을 올리는데도 둘 다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같은 글이어도 이웃 간의 관계나 글을 내보내는 방식이 각기 다르고 매력이 있기에 모두 챙기는 모습이었다. 작가님께 감사의 댓글을 달고 그분의 글을 구독했다.


꾸준히 울리는 작가님의 연재 업데이트 알람. 육아 관련 글들이 올라온다.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확인을 제대로 못하다 어제 작가님의 글을 쭉 읽어갔다. 작가님 글을 읽다 내 글을 읽으니 크게 어색함이 안 느껴질 만큼 감성과 문체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따뜻함을 담는 육아에세이, 가족이야기, 글을 쓰게 된 동기까지 너무 내 이야기인 것 같았다.


아이의 나이며 블로그를 시작해 꾸준히 포스팅한 기간이며, 브런치 작가로 도전한 타이밍. 모든 게 거의 같았다. 심지어 나도 아이의 어록을 기록하고 있던 중이었고 나중에 연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그분은 얼마 전부터 그러한 글을 매거진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아. 그런데 뭔가 찐득찐득. 가슴속에 이상한 찌꺼기가 있는 듯 마음이 이상하다. 


부러웠다. 나와 상황은 비슷한데 그분이 쓰는 글은 이미 조회수가 일만이 넘은 것도 있고, 구독자수가 꽤 많은 게 샘이 났다. 겉으로는 응원한다고 하면서 깊은 마음속에서는 한 발 놓쳤다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블루오션인 줄 알았지만 다른 분들 머리에서 나오고 있던 레드오션이었음을 깨달을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얼마 전 도서관 책장 앞에서 무너져 내린 마음처럼. 이미 세상에 나와있는 책과 정보들이 나를 구닥다리라고 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는 모든 직업이 하나여야 하고, 똑같은 카테고리 없이 모두가 특수성을 가져야 하는데 어디 우리 삶이 그러한가. 평범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행복이 비슷한데 이 안에서 너와 나는 달라야 한다고 구분 짓는 게 모순이란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가 취미가 된 이유가 같고, 아이를 보며 울고 웃는 이야기가 비슷해도 우리는 각자의 스토리로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더 잘 쓰고 못 쓰고, 그래서 결국 누가 더 인기가 많고 없고로 판단되는 글쓰기는 진정 나를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작가인 우리는 늘 의지할 것을 찾아다닌다. 동료들에게, 비평가에게 인정받아야만 안심하려 든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이나 작품에 대해 보내는 타인의 칭찬에 기대어 살아가는 한, 그 작가는 다른 이들의 비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보다는 우리의 근원적인 원조자에 대해 아는 편이 작품성을 높이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이미 매 순간 무엇엔가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서 있는 대지, 폐를 채우고 비우는 공기... 이 모두가 우리가 의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질 때 그 대상을 멀리서 찾지 말라. 바로 지금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 아침의 침묵, 이런 것들에서부터 시작하라. 그런 다음 마주 보고 있는 친구가 "난 네 작품이 너무 사랑스러워!"라고 말하면 그 좋은 기분을 그저 간직하면 된다. 대지와 의자가 당신의 몸을 쓰러지지 않게 받쳐 준다는 사실을 믿는 것처럼 그 친구의 말을 그대로 믿어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p.111-112


글을 잘 쓰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었던 나의 욕망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욕구가 다른 사람을 향해 악하게 나가지 않고 다시 글쓰기로 돌아와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 마음이 더욱 단단해지는 순간이다.


아마 그 작가님이 내 글을 혹시라도 보게 된다면 이 얘기가 그분 얘기일 거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님 덕분에 나는 다시 참된 글쓰기로 초심을 잡는 중이고, 경쟁이 아닌 나만의 즐거움으로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주심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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