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영화 <퍼펙트 데이즈>처럼, 나도 아이들과:)
틈을 빚는 시간, 첫 번째. 영화 보기를 실천했다. 전부터 보고 싶었던 <퍼펙트 데이즈>를 보며 쉬고 싶었다. 매일 출근길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주인공처럼 나는 얼마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까. 그 잠시의 쉼도 허락하지 못한 채 부랴부랴 아이들을 버스태우고 종종걸음으로 가 차를 타고 시동을 걸기에 바빴던 아침을 보냈다.
<퍼펙트 데이즈>에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빛을 받으며 출근하는 차들, 높은 건물들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잠시 서울에서 지낼 때가 떠올랐다. 제주에서는 볼 수 없는 빌딩 숲의 광경이 한창 반짝이던 20대의 어느 날로 나를 돌려놓은 것 같았다. 줄이 달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지하철을 타던 시절, 초록초록한 자연 대신 회색 건물들이 많았지만 내 마음이 삭막하지 않았던 이유는 음악이 나를 촉촉하게 적셔준 덕분이었다.
코모래비. 영화가 끝나 나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느끼고 싶었다. 자주 가는 도서관의 나무터가 생각이 났고, 하원 후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고 간식도 챙겼다. 토마토를 좋아하는 아이들이기에 믹서기로 갈아 생과일주스를 만들었고 담백한 과자도 함께 준비했다. 오늘은 내 몫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까지 늘 2인분의 양만 준비했다면 이번에는 세명 분이었다.
돗자리 까지는 오버겠지 하며 벤치에 앉아, 혹은 누워 빛샤워를 맞을 상상을 하니 매우 설렜다. 아이들과 함께 금방 만든 신선한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과자를 나눠먹을 생각에 벌써 몸과 마음이 편안했다. 무덥지만, 나무들 사이로 더운 공기가 시원한 공기로 바뀌지 않을까 희망을 품으며 집을 나섰다.
그러나 현실은!
토마토 주스를 한입 먹더니 "우웩, 엄마 이상한 맛이야!"라고 하는 첫째. 속상해하는 엄마의 표정을 살피며 몇 번 더 먹는 척해주다 "엄마~ 나도 그만 먹을래"하며 과자를 집어드는 둘째였다. 그런데다 너-무 더웠다. 시원한 공기는 무슨. 나 조차도 토마토 주스로 갈증이 해결되지 않아 결국 편의점에 가 이온음료를 원샷했다는 이야기. (ㅎㅎ)
상상은 비록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했고 현실을 또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면 됐다. 그리고 아이들이 벌레 잡는 틈을 타 코모래비를 느꼈으면 됐다. 혼자였으면 다른 사람들 눈치를 봤을 텐데, 아이들이 있으니 벤치에 앉아 등을 젖히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낯설지 않았다. 든든한 나의 아들들. 이렇게 나의 틈을 찾아가고 귀하게 빚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