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평범한 주말을 특별한 날처럼!
출산 후 예쁜 옷을 입어본 적이 거의 없다. 결혼식이 아닌 이상 화려하게 나를 꾸미지 않았고, 몸에 붙는 옷들은 더 이상 나에게 매력적인 옷이 아니었다.
비싸고 좋은 옷을 입어봤자 바로 아이들의 침받이, 놀다 더러운 손이 닦이는 수건이 되기 일쑤였다. 아이를 안았다 내려주면 허벅지 부분에 훈장처럼 생기던 아이의 신발 자국까지. 그저 티셔츠에 단추 없는 바지만 골라 입기 바빴다.
주말은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편한 옷차림이 일 순위였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고 돌봐주기로 생각을 바꾼 뒤로 나를 예쁘게 꾸며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치마를 입고 바람이 불면 어쩌지, 모기에 물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 마저도 의지적으로 밀어내며 굳이 나에게 원피스를 입히고 샌들을 신겼다. 뭔가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가족체험으로 아이들을 유아교육진흥원으로 데려가는 길이었지만 나들이를 가는 것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두침침하게 안개비가 쏟아지는 516 도로에서, 조수석에 앉아 둠칫둠칫 춤을 추며 갔다는 건 안 비밀^^)
마트와 미용실, 비행기 내부 등 실제와 매우 흡사하게 꾸며놓은 곳에서 신나게 역할놀이를 했다. 다양한 악기들을 보고 첫째는 자신 있게 장구채를 잡더니 덩덩딱 덩덩따닥 멋지게 인사를 했다. 요새 어린이집에서 국악을 배운 티가 나는구나! :)
체험관을 나오며 차에서 김밥을 먹고, 곧바로 아름다운 정원인 ‘담소요’로 갔다. 도착해서 내려가는 길부터 참 정겹고 초록초록했다. 회색 구름에 햇빛은 가려졌지만 오히려 너무 덥지 않아 좋았다. 벌레 잡기에 바쁜 아이들은 더 앞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멈추어 땅만 바라보았지만, 각자에게 잠깐의 쉼이 되어주었다.
포토존에서 아이들에게 남편과 나의 사진을 부탁했다. 첫째와 둘째는 누가 더 예쁘게 찍어주는지 대결이라도 하는 듯 양 옆에서 찰칵찰칵 버튼을 눌러댔다.
사랑둥이들 덕분에 오랜만에 남편과 투샷도 찍어본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 “예쁘다”해주는 남편과 아들들의 사랑을 받고, 스스로 아름다움을 챙긴다. 살랑이는 원피스처럼 내 마음도 살랑이던 하루. 가볍고 편안한 여유 속에 오늘의 나를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