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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육아 기록의 깊은 행복

고마운 나의 61개월, 38개월 아이들:)

by 반짝이는 루작가

아침에 샤워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를 일기로 쓰고 싶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사소한 걸 남길 필요가 있나 하여 급하게 증거 사진만 찍어 두었다. 어떻게든 기억에 남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러나 첫째도, 둘째도 일어나 똑같은 반응을 보였기에, 나 혼자만 웃고 지나갈 일들이지만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 (ㅎㅎ)


주말에 에코랜드를 가고 싶어 하는 첫째의 바람에 우리 가족은 제주시 동쪽으로 나들이를 갔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다행히 선선한 바람만 불어왔다.


1년 전에 왔을 때보다 훌쩍 커버린 아이들. 그때는 유모차도 챙겨 오고 기저귀가방의 스케일이 달랐다. 그러나 이제는 내 짐도 가벼워졌고, 채집통을 어깨에 메고 벌레집게를 들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감개무량한 마음이 들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걷고, 기차 타며 쉬고, 마음껏 뛰어놀았다. 물 위의 다리를 건너며 양쪽 난간 사이사이에 쳐진 거미줄을 통통 건드리는 작은 손가락들. 기차 안에서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는 첫째의 무표정한 얼굴도, 바나나과자의 노오란 가루를 입주위에 가득 묻히며 먹는 둘째의 야무진 입모양도 사랑스러웠다.


자연과 어우러진 곳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 기념품샵에서는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갑자기 내 손을 끌어당기는 첫째. 공룡알이 눈에 띈 것이었다. 그래, 7천 원이니 봐주자 하며 둘째랑 하나씩 사 주었다.


저녁에 열심히 공룡 조각들을 먼저 맞추었다. 자기들끼리 공룡알을 큰 컵에 담아 그 위로 물을 부었다 비웠다, 공룡알 속에 동물 피규어들도 담으며 즐겁게 놀았다. 알에서 새로운 게 나오기를 기대하는 듯 두 컵을 나란히 세면대 위에 올려놓은 아이들이었다.


이제는 진짜 자야 한다는 나의 말에 아이들은 갑자기 각자의 컵을 가지고 냉장고로 향했다. 서로 대화를 뭐라고 주고받더니 물이 넘치지 않게 문을 살살 닫아야 한다며. 문을 꽉 잡고 끝까지 놓지 않는 손이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잠을 잤건만 우리 모두 냉장고에 넣어둔 알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쩜 똑같이 셋 다 차례대로 일어나서는 화장실의 세면대를 바라보며 ‘공룡알이 어디로 갔지?!! 누가 치웠나???(죄 없는 아빠만 의심받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어른이라고 냉장고에 넣어둔, 어제 그렇게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이 났다. :)



지금보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돌도 안 된 아이를 학대하며 아이도 울고 나도 울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후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둘째가 17개월이 지나면서 처음으로 둘만 놓고(다투지 않으며) 설거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후다닥 아이들만 두고 쓰레기를 버리고 올 수 있는 상황도 허락되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시작되고 언젠가부터, 둘째가 갑자기 일어나 울거나 거실로 나오지 않고 있다. 나의 새벽활동에도 자유가 찾아왔다.


이제는 엄마의 손이 덜 가도 형제가 서로 놀이의 상대가 되어준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요즘. 건강하고 씩씩하게 커주는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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