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a wonder!

Day 6. 영화 <원더>를 보았다.

by 반짝이는 루작가

방학 시작의 첫째 날. 오늘은 열일을 다 제쳐두고 무조건 쉬겠다고 작정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이동식 텔레비전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나를 위해 가동하는 것은 처음인 TV와의 첫 만남:-)



뭐가 책이고 뭐가 텔레비전인지 모르게 화면이 책장에 흡수되어 버린 듯하다. 큼직한 가전은 아니지만 세상 편안함을 느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 봉지를 뜯고 아이들 소파 팔걸이에 다리를 턱턱 걸터앉았다. 이 통쾌한 기분은 무엇인지. 나의 해방을 만끽했다.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원더>가 눈에 들어왔다. 추천 도서로도 많이 접했고, 원서도 집에 있던 터라 익숙한 제목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더욱 끌렸던 이유는 등장인물에 줄리아 로버츠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주인공 ‘어기’는 부모가 똑같은 유전자가 섞여 기이한 생김새로 태어난 남자아이다. 우리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 나는 기형아로 태어나도 하느님이 주신 귀한 생명이라고 생각하며 둘 다 기형아 검사를 받지 않았었다. 그때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장애가 있거나 얼굴에 흉터가 있다면 나는 과연 자신 있게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래서인지 어기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에 더욱 시선이 갔다. 홈스쿨링으로 지내다 처음으로 학교를 다녀온 날, 어기는 자신의 얼굴을 흉측하게 쳐다보던 학생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울상이 된 어기에게 엄마가 하는 말은 내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We all have marks on our face. I have this wrinkle here from your first surgery. I have these wrinkles here from your last surgery.

This is the map that shows us where we're going. And this is the map that shows us where we've been. And it's never ugly.

우리는 모두 얼굴에 흔적이 있어. 여기 있는 이 주름은 너의 첫 번째 수술 때 생긴 거야. 이쪽에 있는 이 주름들은 너의 마지막 수술 때 생긴 거고.

이건(가슴에 손을 대고)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고, 여기는(얼굴을 가리키며)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는 지도야. 그리고 그건 절대 흉한 게 아니야.


우리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을 살면서도 보이는 게 전부인 것처럼 살아갈 때가 있다. 얼마 전 내 얼굴에도 꽤 생기기 시작한 주름을 바라보며 나도 이제 나이가 드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 주름도 소중한 내 인생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값지게 느껴진다.


어기가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짝이 생기고 친구관계를 신경 쓰는 첫째 생각이 났다. 친구는 알아서 만드는 건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첫째의 성향 때문에 내가 더 조바심을 낸 때가 있었다. 아직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등교 거부를 하지는 않을지, 어린이집의 몇 배는 큰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며 잘 적응해 갈지 걱정이 되지만, 나의 기우일 거라 믿는다.


어기에게 친구가 생기고, 집에 초대해도 되냐는 말을 들으며 엄마는 감격해 눈물을 삼킨다. "I've got to be cool." 이 말이 내게도 다가왔다. 나는 쿨하지 못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체육대회에서 바통을 주고받으며 이어달리기를 했을 때 톡 건드리면 흘러내릴 듯한 눈물을 겨우 참았었다. 내년 국악 발표든 초등학교 취학 통지서를 받아볼 때든, 나는 뜨거운 눈물 대신 환한 미소를 시원하게 보낼 수는 없을까.


어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누나인 '비아'. 모든 관심이 어기에게만 가 있지만 비아는 자신이 또 다른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지낸다. 착한 장녀 올리비아다. 그래도 더 힘들어지기 전에 엄마가 딸의 마음을 읽어주는 부분은 다정했고,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결국은 제일 큰 지원군이 되니 참 따뜻했다.


어기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친구가 되고 싶었던 잭과, 비아를 너무나 사랑했던 베프 미란다.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 나는 자꾸 눈물이 났다. 학창 시절 내내 단짝으로 지냈던 친구와 잠시 멀어졌다가 최근 마음을 주고받아 더 생각이 났던 걸까, 아니면 아이만 키우다 보니 요즘 이런 우정을 경험하지 못한 게 반갑고 그리웠나. 주책없이 눈물만 줄줄 흘러내렸다.


조만간 원서로도 다시 읽으며 영화에서 많이 간추려진 부분들을 들여다보고 싶다. 특히 이 아이들의 숨겨진 예쁜 마음을.


When given the choice between being right and being kind. Choose kind.
우리가 옳음과 친절함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택하라.


매수업 때마다 어기의 담임인 브라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격언 한마디를 알려 주셨다. 마침 <내면 소통>의 저자인 김주환 교수님이 했던 말씀과도 연결되어 더욱 와닿았던 구절이다. 이웃들에게 특히 가까이에 있는 가족들에게 친절하지 못한 날이 너무 많은데 앞으로는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항상 아이들에게 너는 기적이라고 말해 주어야겠다. 다시 양육되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You are a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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