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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진심을 주고받았던 한 학기

Day 5. 애썼다 정말! 잘했다 정말!! :)

by 반짝이는 루작가

“으악! 얘들아 이제 정말 1분 남았어!! 빨리 제발 옷 갈아입자!!!“


아침마다 전쟁통인 우리 집은 올해 초부터 나의 학교 일 때문에 8시 5분 어린이집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출근하는 이웃 어른들을 만날 때면 아이들을 보고 “에고~~ 너희가 고생이구나!” 하는 한 마디에 애미 마음은 늘 미안했다.


드디어 방학이 찾아왔다. 마지막 시간에 담임선생님과 다 같이 원으로 모여 앉아 써클 활동을 했다. 선생님께서 나 보고도 같이 앉으라고 하셔서 아이들 사이에 앉았다.


첫 번째로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마음, 고마운 마음을 전하셨고 나도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던 중 한 아이의 말이 들려왔다.


“김민경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싶어요, 한 학기 동안 제가 모르는 부분들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제 말을 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무리 남학생이라지만 5학년인데도 나에게 와서 물총을 샀네, 엄마가 용돈을 주셨네 어린아이처럼 쫑알거리고 지우개 마술을 보여주는 친구였다. ㅎㅎ 내가 즐겁게 잘 들어주고 대답해 줬던 게 고마웠던 것 같다. 귀여운 녀석.


그러더니 몇 아이 건너 또 다른 친구들도 나를 언급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심지어 담임선생님과 함께 고맙다고 얘기할 때 내 이름을 먼저 꺼내 괜히 선생님께 죄송하고 민망할 정도였다. 나는 누구에게 인정받나 싶었는데,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해 주셨던 담임선생님과 우리 반 아이들이 내 옆에 있었다.


이제 토크 스틱이 나에게 왔다. 내가 말할 차례였다.


“선생님은, 너무 오랜만에 5학년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 친구들이 궁금한 걸 물어볼 때마다 ‘음- 그게 뭘까? 그런가?’하며 시원하게 대답을 못해준 게 너무 아쉬웠어. 그리고 선생님한테 4살 6살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애들을 8시에 어린이집 버스를 태워 보내는 게 처음엔 너무 미안한 거야. 그런데 이렇게 멋진 형아 누나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어서 미안함을 잊을 만큼 정말 즐겁고 감사했어. 고마워 얘들아!“


복받치는 감정을 꾹꾹 누르며 담담히 얘기했다. 지난 학기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밤이면 다음날 출근으로 애들을 얼른 재우려던 조급함, 아침이면 워킹맘의 형태로 바삐 움직여야 하는 긴박했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그 안에서도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준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고마웠고, 꿋꿋하게 잘 해낸 내 자신이 매우 기특했다.


담임 선생님에 비해 나의 역할은 훨씬 작고, 비중도 적어 스스로를 업시키지 못했었다. 어느 날 첫째가 나보고 “엄마는 앞에서 나오는 선생님이야?”라고 물었는데 당당히 옆에서, 뒤에서 나오는 선생님이라 말을 못 한 이유도 나의 일을 인정하지 못해서였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실컷 나를 칭찬하고, 정성과 사랑은 결국은 통한다는 것을 마음껏 증명하련다.


“선생님, 2학기때도 또 오실 거죠??!!”하는 아이들의 기대에 기쁘게 “그러엄!!”하고 응답하며 한 학기를 마무리한다. 애썼다 정말! 역시 나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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